[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 “임원의 다양성, 글로벌 시대 금융산업 발전에 필수”

입력 2020-09-0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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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지주 CEO 토론…지속가능 성장 이끄는 새로운 물결-다양성과 포용성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패널로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물결 -다양성과 포용성-'을 주제로 이투데이미디어와 여성금융인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했다.(앞줄 왼쪽부터) 최운열 전 의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박 은행장.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유리천장 깨뜨릴 방안을 마련하겠다.”

국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성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단순히 여성 인력을 늘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원부터 팀장, 임원까지 전 분야에 걸쳐 여성 인력을 확대하는 경영전략에 공감했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성차별 대신 남성과 여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조직문화를 조성하자고 약속했다.

8일 이투데이미디어와 여성금융인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2020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등이 토론자로 나서 여성 인력 육성과 성평등을 위한 경영전략을 공유했다.

사회를 맡은 최운열 전 민주당 의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조직 상층부의 다양성은 금융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시대적 요구”라며 “금융산업은 여성 친화적 업종으로 여성 진입이 50%가 넘고 있으나 아직 여성 관리자들의 진출은 활발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여성 임원 3분의 1 확대, 환경 조성= 윤종규 회장은 “여성 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우면 그룹 내 여성 임원이 전체 3분의 1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임원 육성을 위해 전 부문에 걸쳐 여성 인력을 확대하면 여성 고위직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 회장은 이날 여성 임원 확대를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운영 중인 여성역량강화원칙(WEPs:Women’s Empowerment Principles)’을 소개했다. 윤 회장은 “그룹 전체적으로 여성 인력을 중용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도 쏟고 있다”며 “여성 인력 확대를 위해 은행은 향후 3년 내 임원 20%, 팀장 30%, 직원 40%까지 확보하라고 지시했고, 다른 계열사는 5년의 시간을 줬다”고 했다. 이어 “여성 임원을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팀원 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거쳐야 한다”며 “전 그룹 차원으로 할당량을 배정해 여성 인력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용병 회장은 “1980년대는 남성 우위 사회였다”면서 “여성이 수동적 역할에서 벗어나 조직의 주연이 되고자 하는 바람에서 제도를 만든 것이 신한의 갤포스”라고 말했다. 갤포스는 ‘여성의 힘’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다.

조 회장은 “서비스부터 시작해 영업점 지원 등 전천후 활동을 했다”며 “입행할 때 갤포스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아 행장까지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갤포스가 신한금융그룹의 문화를 만드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조 회장은 여성 임원 확대를 위해 중요한 것은 환경 조성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여성은 가사와 육아 부담, 직장 내 치열한 경쟁 등에 직면해 있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 가족 친화적 문화 구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한에선) 남성 육아 휴직제도가 활성화하고 있다”며 “2013년 첫 시행 때는 단 2명만 휴직을 신청했지만, 지금은 220여 명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도 근무 환경을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 위주 제도 탈피, 차별 없는 문화’=금융권 CEO들은 남성 위주의 제도를 버리고 남녀 차별 대신 모든 직원이 존중받는 문화를 정립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손태승 회장은 “여성의 생애주기에 맞는 성평등 제도가 시행돼야 여성 금융인이 자기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성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 지배구조를 강조하고 있다”며 “남성 위주의 제도에서 탈피해 여성 인재를 골고루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구체적 방안으로 여성 생애주기에 맞는 성평등 제도를 꼽았다. 그는 “우리금융그룹은 임신부 직원들을 존중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었고, 육아 휴직자가 업무에 복귀 후 바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교육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육아 휴직자 교육 제도로 직원들이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작년에 육아휴직 후 업무 복귀 비율이 99%를 넘었다. 거의 모든 직원이 자기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의 성평등 제도가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 인재 채용 비중이 60%를 상회하고 있다. 부장급 여성 인력이 13%, 부부장급은 36%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여성 인력의 근속 연수가 은행권 최초로 15.1년을 기록했다”고 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성 편견 없이 모든 직원이 존중받아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게 SC그룹의 전략”이라며 “젠더, 국적이나 민족성, 장애, 세대,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 없이 모든 직원이 존중받아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박 행장은 “모든 직원이 주도적으로 성평등을 위해 노력한다”면서 “특히 상위 직에서의 균형 있는 성비를 구성함으로써 합리적이고 다양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이에 맞춰 여성 임원을 양성하고 조직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전략에 따른 구체적 실행 방안도 소개했다. 박 행장은 “제일은행은 최고 임원 중 한 명이 DNI를 주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 현황을 공시토록 하고 있다”며 “이는 인사고과에 반영된다”고 했다.

박 행장은 “여성 임원 비율을 보면 국내 기업 중 제일 높은 수준”이라며 “사내이사는 절반이 여성으로 임원 중 21%이고 여성 지점장은 27%인데, 이 수치는 국내 기업 가운데 높은 수준이라고 예측한다”고 했다. 다만 동북아시아는 40~50%로 낮은 수준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SC제일은행은 텔러직급부터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성인재아카데미’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하고 있다. 남성에 비해 부족했던 관리자급 인사 결정에도 ‘우먼리더십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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