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쌈지땅' 푸는 LH… 불붙은 세종 집값에 기름 붓나

입력 2020-09-1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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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지 110만㎡ 개발계획 수립 착수…행정수도 이전과 맞물려 부동산 과열 우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그간 쟁여뒀던 세종시 토지 개발에 본격 나선다. 개발 예정 부지만 110만㎡가 넘는다. 여권이 행정수도 이전론에 불을 지피는 상황에서 대형 개발 재료가 가뜩이나 불안한 세종시 부동산 시장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H, '행복도시 유보지 활용' 용역 입찰… 2022년 상반기 마무리

LH는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유보지 활용방안 연구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LH가 세종시에 보유한 유보지 개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LH가 이번에 개발 계획을 세우려는 유보지 면적은 총 110만8000㎡다. 행복도시 면적(72.9㎢)의 1% 수준이다. 각각 1-1생활권(33만5000㎡), S1생활권(51만8000㎡), S2생활권(20만5000㎡), 3-1생활권(5만㎡) 등에 걸쳐 있다.

행복도시건설청 등에 따르면 현재 세종시엔 17.1㎢가 개발 용도가 지정되지 않은 유보지로 남아 있다. 세종시 면적 5분의 1에 맞먹는다. 도시 외곽은 물론 정부세종청사 인근 등 도심 곳곳도 아직 개발이 안 된 빈 땅으로 남아 있다. 유보지를 소유한 행복도시건설청과 LH 등은 세종시 규모가 커질 것을 대비해 개발을 미뤄왔다.

LH가 이번에 유보지 일부를 개발하기로 한 것은 최근 세종시가 급성장하면서 개발 압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세종시 인구는 현재 약 3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만 명가량 늘었다. 전국 도시 가운데 인구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행복도시건설청은 2030년까지 세종시 인구를 50만 명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LH 측은 "도시 여건이 성숙돼 대규모 유보지에 대해 장래 도시개발 수요 및 정책 등을 고려한 추진 전략을 수립해 선제적인 계획 방향 및 최적의 활용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용역 대상인 네 지역은 행복도시 1단계 건설사업에 포함된 지역이어서 개발이 우선 추진됐다.

◇올 세종 아파트값 34% 올라… 개발 호재에 가격 더 뛸 수도

LH는 1-1생활권 등 4곳을 어떻게 개발할 지 아직 방향을 잡지 못했다. LH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 등을 세우지 못했다"며 "연구 용역을 통해 개발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종시에선 시가지와 가까운 1-1생활권과 S2 생활권은 문화시설이나 상업시설 등으로 개발하길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LH는 용역 과정에서 주민 여론도 반영해 개발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이번 용역에 이목이 쏠리는 건 여권이 세종으로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등 주요 국가기관을 옮기려는 와중에 이뤄지고 있어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7월 '국가균형발전 및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을 꾸리고 행정수도 이전 공론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미 세종엔 행복도시 설계 당시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분원 설치를 대비한 유휴지가 보존돼 있다.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도 이들 유휴지를 둘러볼 예정이다.

이번 용역은 2022년 상반기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여권이 이번 정부 임기 안에 국가기관을 세종으로 추가 이전하려 한다면 절묘하게 맞물리는 시점이다. 세종 곳곳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벌어질 수 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다. 행정수도 이전론이 재점화된 후 세종 부동산시장에도 불이 붙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올 들어 34% 올랐다. 전국 시ㆍ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5억178만 원으로 서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세종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5억 원을 넘긴 건 지난달이 처음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가시화되면 이 같은 기세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인근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건 당연하다"며 "정부 등이 앞장서서 세종시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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