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이 뜬다] ①집 밖으로 나온 재택족들

입력 2020-09-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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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펙트]⑨워케이션이 뜬다 사무공간 자율성·유연성 확대에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아…호텔·리조트 업계, 워케이션족 겨냥한 패키지 출시

#일본에서 홍보 회사를 경영하는 사쿠라이 료타로 씨는 최근 가족과 5박 6일 동안 일본 야마가타현 자오의 한 별장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가 낮에 일하는 동안 아내와 두 자녀는 근처에서 관광을 즐겼고, 여가 시간에는 온 가족이 별장에 모여 휴식을 취했다. 사쿠라이 씨는 “숲에 둘러싸여 시냇물 소리를 들으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소개한 이 사례는 여행지나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면서 회사 일을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새로운 근무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원격근무가 보편화하면서 근로자들은 평일에도 사무실에 매여있을 필요가 없게 됐다. 이처럼 사무공간의 자율성과 근무 방식의 유연성이 확대되면서 재택근무를 넘어 휴가지에서 업무를 하는 근무 형태가 부상하게 된 것이다. 미국 등에서는 이 워케이션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정부가 앞장서서 이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매체 CNBC 방송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최근 원격근무지와 여가를 같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 외딴곳을 찾고 있다. 휴가용 숙소 렌털 검색엔진 ‘홈투고’의 마이크 피어스 대변인은 “최근 시골 지역에서 와이파이와 인터넷 접속이 잘 되는 휴가용 (숙소) 렌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숙소 예약 전에 인터넷 속도나 근처 커피숍에서 일할 수 있는지를 문의한다”고 말했다.

호텔이나 리조트를 찾는 워케이션족들도 많아졌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의 헤더 스틴지-하트 서부지역 총지배인은 워케이션을 “거대한 추세”라면서 “5성급 숙박시설에서 점심시간 룸서비스 전화가 늘어났으며, 헤드폰이나 다른 사무용품에 대한 요청도 많아졌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텔 및 리조트 업계에는 희소식이다. 워케이션 고객이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수요를 상쇄시켜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멕시코 등의 일부 호텔들은 발 빠르게 워케이션족을 겨냥한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에 위치한 세인트레지스아스펜리조트는 지난달 27일 ‘뉴 알파인 오피스 아넥스 패키지’를 출시, 객실을 휴가 동안 업무를 처리하려는 여행객들을 위한 사무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내년 봄까지 이용 가능한 이 패키지는 숙박시설뿐만 아니라, 아침에는 스페셜티 커피를, 저녁에는 애프터-워크 칵테일을 특전으로 제공한다. 구글 네스트 와이파이 인터넷 부스터와 로데 와이어리스 소형 마이크, 화상회의를 위한 조명 등도 서비스로 제공된다.

캘리포니아주 몬테시토에 있는 로즈우드 미라마 비치 호텔도 해변이 보이는 스위트룸을 사무실로 탈바꿈시켜 ‘원격 사무실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이달 1일 문을 연 멕시코 리비에라 나야리트 지역의 콘래드 푼타 데 미타는 오픈 기념 상품으로 ‘워크 프롬 파라다이스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 패키지는 워케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프리미엄 와이파이 접속, 조기 체크인과 늦은 체크아웃, 마사지 50%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호텔 피게로아는 최근 268개 객실 중 일부를 ‘데이 유스(day-use·낮 시간에 객실을 빌려주는 것) 사무실’ 상품을 출시했다. 호텔 피게로아의 코니 왕 이사는 “이것은 재택근무자들이 집 밖으로 나와 깨끗하고 조용하며 사회적 거리가 유지되는 공간에서 근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초고속 와이파이, 무제한 인쇄, 무료 주차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방문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워케이션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은 온천이나 국립공원 등지에서 워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와이파이 시설을 정비하는 사업체에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일본 도치기현의 주젠지가나야호텔이나 기누가와파크호텔은 객실 일부를 사무실로 개조하거나 대연회장을 회의실 및 회사 연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워케이션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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