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서 대선 불복 시위 3주째 돌입…대통령 관저 앞서 “물러나라”

입력 2020-08-2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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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 “시위대, 대응 뜨거워질 것 알고 쥐새끼처럼 흩어져”

▲20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독립광장에 있는 정부청사 앞에서 대선 불복 집회가 열리는 동안 한 야권 지지자가 옛 벨라루스 국기를 치켜들고 있다. 민스크 /AP연합뉴스
동유럽 벨라루스에서는 23일(현지시간)에도 최근 6기 집권에 성공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야권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가 압승했던 9일 대선 이후 이어진 시위는 3주째에 돌입하고 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수만 명의 시위대는 이날 오후 수도 민스크 시내 독립광장에 모여 부정 선거 무효화와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날은 대통령 관저 앞까지 몰려가 물러날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다만 관저를 지키던 폭동진압부대 오몬 대원들과의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루카셴코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 강경 진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가 관저로 이동하는 헬기 안에서 “인근에 있던 시위대가 대응이 뜨거워질 것을 알고 쥐새끼들처럼 흩어졌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국영 통신 벨타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또 다른 친정부계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방탄복 차림의 루카셴코 대통령이 자동소총을 든 채 헬기에서 내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날 벨라루스 전국 55개 거주 지역에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는 6700명에 이르고, 이 중 22명이 체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야권의 저항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권은 이를 재빨리 잠재우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치적 위기를 수일 내에 해결하겠다”고 강조했으며, 같은 날 독립계 미디어 등의 사이트 열람을 차단했다. 항의를 지지하는 국영TV 직원 대신 러시아인 기자를 고용하는가 하면, 반체제파를 비판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긴장 격화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겨 시위 참가자를 견제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풀이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부터 장기 집권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그는 8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6선에 성공했는데, 결과가 알려진 뒤부터 야권과 시민들의 저항시위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적잖은 대기업 노동자들 역시 파업 및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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