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해양보호구역 지정 20년, 이제 지역발전 견인차로

입력 2020-08-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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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기 해양환경공단 이사장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지구환경의 미래를 걱정하는 각국의 관계자들이 모여 물새의 서식지인 습지를 범세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람사르 협약’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26년이 지난 1997년 101번째 협약 회원국이 되었으며, 이를 시작으로 1999년과 2007년 습지보전법과 해양생태계법을 각각 제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1년 무안갯벌(42㎢)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처음 지정하고 그 이후 매년 1~2개소씩 확대·지정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30개소의 해양보호구역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현재 해양보호구역의 총면적은 최초 지정된 무안갯벌 면적과 비교하면 42배가 증가한 1782.292㎢로써 서울 면적의 약 3배에 달한다.

올해로 우리 정부가 해양보호구역 개념을 도입하고 본격적으로 현장에 적용한 지 20년째가 되었다. 그동안 양적으로 해양보호구역이 크게 확대되었으나 선진국 수준과 비교 시 많이 부족한 상황이며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양보호구역의 지정확대와 함께 관리수준의 질적 향상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2016년 미국에서는 북서하와이제도 해양국립공원을 하와이 전통언어인 ‘파파하노모쿠아키아’로 명칭을 변경하고 기존 대비 약 4배 규모(약 150만㎢)로 면적을 확대하여 세계 최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국립해양보전법 등 다양한 법령에 따라 지정된 약 1200개소와 3200만㎢(전 해역 26%)에 이르는 개별 보호구역들을 통합 관리하는 ‘국립해양보호구역센터’를 해양대기청(NOAA) 산하에 설치하고 각 특성에 맞는 보호구역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교류시키는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 밑받침되었다. 이렇듯 최근 선진국은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과 해양보호구역 간 생태적·정보적 연계강화를 통해 해양보호구역 면적 확대와 동시에 관리수준을 향상하고 있다.

NOAA는 적극적인 해양과학조사 및 연구를 통해 해양보호구역 및 그 주변지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활동과 생태적 변화를 파악하여 보호구역 관리계획 수립 및 평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주 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현재까지 58개의 해양공원을 지정하고 6개 권역별 관리계획에 따라 주민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관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제2차 해양생태계 관리‧기본계획(2019~2028년)에 따라 앞으로 전체 해양의 10%까지 보호구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해양보호구역의 지정과 관리를 위해서는 국가의 통합적 해양환경정책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해양보호구역을 본래의 지정 목적에 맞게 충실히 관리하면서 이를 통해 해양생태계 보전 및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에도 기여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20년간 해양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경험과 해외 선진국의 모범적인 관리 운영 사례를 바탕으로 현주소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진단하여 지정에서부터 관리까지 전반의 프로세스를 선진화된 체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해양생태계의 보전과 이용 간 균형 있는 접근을 통하여 해양보호구역의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고 보호구역 간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정책과 경험을 공유하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데 힘써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해양생태 및 보호구역 간 생태적 연계성을 확보하고 보호구역 유형별, 지정 목적별로 조사항목을 구분하여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실태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바닷새, 해양포유류 등 이동성 해양생물의 보호, 블루카본, 녹색 인프라 구축 등 국제협약의 선도적 이행과 동시에 세계자연유산 및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 등 해양보호구역의 국제인증 추진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정부와 지역사회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또한 정부 주도의 관리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주민을 해양보호구역의 관리 주체로 받아들이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지역과 상생하는 해양보호구역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해양보호구역 보전활동에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기존 갯벌체험 외 생태관광, 해양생물 탐방체험, 에코다이빙 프로그램 등을 도입하여 해양보호구역의 가치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해양보호구역 제도의 발전과 정착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10여 년간 해양보호구역 지정면적은 215.1㎢(’08)에서 1782.3㎢(’20)로 8배 이상 확대되었으며 조력발전 건설이 논의되던 가로림만이 2019년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확대·지정되는 등 해양보호구역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 또한 긍정적으로 크게 변화하였다. 해양보호구역 지정 20년을 맞아 앞으로 해양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체계 개선 노력과 함께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방안들이 마련되어 해양보호구역이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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