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뚝심'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총 4조원 규모 기술수출 '결실'

입력 2020-08-20 15:31수정 2020-08-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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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프로세사와 기능성 위장관 질환 치료신약 5000억 원대 기술이전 계약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글로벌 유한'을 향한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의 도전이 또 한 번 열매를 맺었다. 5000억 원대 신약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회사의 연구·개발(R&D) 저력을 확인시켰다.

유한양행은 미국 프로세사 파마수티컬과 기능성 위장관 질환 치료신약 'YH12852'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4억1050만 달러(약 5000억 원)로,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의 1조 원대 계약 후 1년여 만에 다시 대규모 기술수출 소식을 알렸다.

2015년 3월 취임한 이 사장은 유한양행을 R&D 중심 제약사로 바꾸는 체질 개선에 힘을 쏟았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연 매출 1조 원을 넘긴 업계 1위 기업이지만, 도입약 매출의 비중이 높아 오랜 기간 '수입상 도매상'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이 사장은 과감한 R&D 투자로 유한양행의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면서 2018년부터 본격적인 기술수출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 해 7월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2400억 원 규모의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기술수출로 물꼬를 튼 그는 같은 해 4월 얀센과 계약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으로 1조4000억 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이듬해에도 낭보는 이어졌다. 2019년 1월 길리어드와 8800억 원 규모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으며, 7월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에 NASH 치료제 'YH25724'를 1조5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지금까지 이 사장의 손으로 성사시킨 기술수출 규모는 총 4조 원에 달한다.

이 사장은 "신약 YH12852의 개발에 꼭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를 만나 기쁘다"면서 "앞으로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이 R&D 중심 제약사로 전환하는 체질개선을 통해 잇단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제공=유한양행)
YH12852는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합성신약으로 특정 수용체(5-hydroxytryptamine 4)에 우수한 선택성을 보이는 작용제다. 이미 국내에서 전임상 독성시험과 임상 1상 시험을 마쳤으며, 심혈관 부작용 없이 우수한 장운동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후속 임상 개발은 미국에서 속도를 낼 전망이다. 프로세사는 내년 초 미국 식품의약처(FDA)와 미팅을 시작으로 수술 후 장폐색이나 오피오이드 유발 변비 등 기능성 위장관 운동 질환에 대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으로 유한양행은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200만 달러(약 24억 원)를 프로세사 주식으로 수령한다. 프로세사는 미국 장외시장에 상장된 신약 개발 전문 바이오기업으로, 현재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약금은 상장 후 더욱 가치가 불어날 수 있다. YH12852의 개발과 허가에 따른 마일스톤과 상용화 후 순매출액의 일정 비율도 로열티로 받는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프로세사는 전문 인력과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갖춘 유망한 기업"이라며 "미래 가치를 고려해 작지만 내실 있는 회사를 파트너사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R&D 성과로 수익성을 확보해 이를 다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면서 신약 개발과 수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유한양행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357억 원을 올려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달성했다. 기술수출한 신약후보물질들의 임상 개발이 진전되면서 기술료 등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들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전망도 밝다. YH25724는 지난해 NASH 관련 전 세계 기술수출 사례 중 3번째로 큰 계약으로 기록돼 높은 잠재력을 평가받았으며, 레이저티닙은 국내 조건부 허가 신청을 저울질하고 있다. 2분기에만 450억 원을 R&D에 투자한 이 사장은 올해 사상 최대치인 2000억 원을 쏟아부어 신약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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