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 2일차 행사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 연설에 나섰다. 그는 “지금 시기에 백악관은 지휘 센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폭풍 센터가 있다. 혼란만 있을 뿐”이라며 “우리에게는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분열이 아닌 단결을 이끌어 낼 인물이 필요하다. 우리의 선택은 조 바이든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주어진 연설시간은 5분이 채 안됐다. 연설이 나가는 시간대도 시청률이 높은 소위 ‘프라임 타임’ 한참 전이었다. 전날 미셸 오바마 여사가 18분 가량 연설을 했다는 점과 비교해도 초라한 수준이다.
클린턴의 쪼그라든 존재감은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첫 지지 연설에 나섰던 1988년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할당된 시간을 매번 초과하면서도 당대 대선 후보 이상의 인기를 누렸던 그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선 출정식이었던 2012년 전당대회에서는 연설 시간이 48분이나 됐다. 이에 ‘현직 대통령의 쇼를 훔쳤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NYT는 “36년 만에 처음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 구경꾼으로 전락한 민주당 전당대회”라고 묘사했다. CNN도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주어진 ‘눈 깜짝할 시간’은 전당대회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그의 존재감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 당시 대선 후보 곁을 지키던 그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데 대해 시대와 세대, 이념의 반영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올해 대선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3살 젊은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2001년 재임 시절, ‘제3의 길’이라는 기치 아래 무역, 복지, 범죄 등 여러 현안에서 당을 중도로 이끌었다. 이후로 꾸준히 좌클릭한 현 민주당의 노선에 비춰보면 다른 색깔인 셈이다.
또한 최근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재임 시절 성 스캔들을 일으켰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평가를 받게 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1998년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과 관련해 거짓말한 사실을 알게 되자 “코에다가 주먹을 날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참모를 지낸 더글러스 소스닉은 “세상이 달라졌고 민주당도 마찬가지”라면서 “약 30년 전 빌 클린턴을 대선 후보로 선택했던 민주당, 2008년 오바마를 지도자로 세웠던 민주당은 더는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든도 민주당이 미국 정치 역사의 새 시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수차례 ‘과도기 후보’라고 칭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