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정정국'에… 단톡방 이름 바꾸고 새 멤버 차단

입력 2020-08-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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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8-13 17:05)에 Channel5을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 특별 단속…인터넷 카페 등 '몸 사리기' 나서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B지역 부동산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ㅂ단체 채팅방(단톡방)은 13일 방 이름을 아무 의미 없는 기호로 고쳤다. 지역별로 부동산 인터넷 카페와 단톡방을 운영하던 R씨도 이날부터 채팅 참여자들이 아파트 가격 등 구체적인 부동산 정보를 이야기하는 것을 금지했다.

카페와 카카오톡 등 부동산 정보 유통을 담당했던 온라인 채널이 요즘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다시 온라인 채널로 감시망을 넓히면서 법적 처벌까지 운운하고 있어서다.

◇인터넷 카페선 시세 언급 금지하고 규칙 등 바꿔… 일부는 폐쇄 투표

최근 정부는 온라인 부동산 채널에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12일 열린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 회의'에서 "온라인 플랫폼 교란 행위에 대해 올해 2월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에 의거해 합동 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의심 사례에 대해서는 내사 착수, 형사 입건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감시망 확대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부동산 온라인 채널은 우선 정체를 숨기려 서두른다. 단속 요원이 방에 잠입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적잖은 단톡방이 신입 멤버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뒀다. 일부 단톡방에선 방을 폐쇄할지를 두고 투표를 벌이고 있다.

ㅂ단톡방처럼 채팅방 이름을 바꾸는 방도 늘고 있다. 부동산 채널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하게 게임 동호회나 연애인 팬클럽 등으로 위장하는 식이다. 이전에는 방을 숨기더라도 '목동(牧洞)=양 치는 사람들(牧童)', '위례신도시=남한산성'처럼 지역을 알아볼 수 있는 힌트를 남기거나 '아파트=맛집', '재개발=뿌셔뿌셔' 등 알려진 은어를 사용했다.

일부 방에선 단속 요원에게 방을 들키더라도 꼬투리 잡히지 않기 위해 대화 규칙을 더 엄격하게 만들었다. 구체적인 부동산 거래 정보를 올리거나 특정 아파트 단지를 띄우는 것 등이 대표적인 금지 행위다. 자칫 담합 행위, 시세 조작 행위로 비칠 수 있어서다.

◇부동산 정책 피해자 모임은 정부 엄포에도 꿋꿋

정부 엄포에도 끄떡하지 않는 온라인 채널도 있다. 부동산 대책 피해자 모임이다.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대출 규제 소급적용, 분양권 전매 양도세 중과 등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이들은 카페와 단톡방 등을 조직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모임마다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하고 있고 모임끼리 연대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이들은 그 규모를 바탕으로 주말마다 부동산 규제 규탄 집회를 열고 헌법 소원에까지 나섰다. 일부에선 온라인 부동산 채널이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강력한 맞수가 됐다고 평가한다.

정부ㆍ여당은 온라인 부동산 채널을 포함한 부동산시장 전반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 시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한 직후 기재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는 감독기구 설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상설 감독기구가 설치된다면 현재 국토부에 설치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가 모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2월 출범한 대응반은 부동산 거래 탈세, 불법 전매, 집값 담합, 불법 중개 등을 조사해왔다. 정부 안팎에선 대응반을 모태로 부동산 감독기구가 차관급 조직으로 격상되고 조직도 지금(15명)보다 최소 수 배는 늘 것이라고 예상한다.

야당 등에선 정부 감시 활동이 성과 없이 시장에 공포심만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김상훈 국회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응반이 지금까지 조사를 마친 사건 110건 중 절반인 55건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55건 가운데서도 입건 조치된 사건은 18건이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감독기구를 만들더라도 한계가 명확하다"며 "이 기관의 기능은 불법, 탈법, 위법사항을 잡아내는 건데, 그렇다면 세금 낼 거 다 내고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돈 있는 재력가들의 투자 활동은 감시망에서 아예 빠질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박선호(오른쪽 세 번째) 국토교통부 1차관 등 관계자들이 지난 2월 세종시 뱅크빌딩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 출범 현판식'에서 제막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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