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 미국 제재에 스마트폰 세계 1위 ‘석달천하’ 그칠 듯

입력 2020-08-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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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와의 결별로 선택지 거의 없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휘두른 대중 제재의 약발이 서서히 먹히는 분위기다. 미국 공세의 십자포화를 맞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가 반도체 고갈로 스마트폰 생산 중단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고성능 반도체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재고 물량 소진까지 얼마 남지 않아 더는 생산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CNBC방송이 보도했다.

이에 화웨이는 지난 2분기 올랐던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라는 지위에서 물러날 위기에 놓였다고 CNBC는 강조했다. 화웨이의 시장 지배가 ‘석달천하’로 끝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지난 5월 미국 상무부는 자국 반도체 기술을 사용하는 해외 업체가 화웨이와 거래할 경우 미국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사실상 해외 기업의 화웨이 수출을 차단한 것이다. 9월 15일부터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기업들이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 기술로 ‘기린’ 칩을 개발했다. 그러나 화웨이는 이 반도체를 설계만 했을 뿐 생산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민 TSMC가 전담해왔다.

TSMC는 지난달 미국 제재에 따라 화웨이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제재가 TSMC를 화웨이에서 떼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 사업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 “9월 15일부터 기린 생산이 중지된다”면서 “올해 가을 출시되는 메이트40이 화웨이의 고성능 반도체 ‘기린 9000’을 탑재한 마지막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엄청난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포함하는 소비자 사업 부문은 화웨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선다. 지난해에만 669억3000만 달러(약 79조3000억 원) 매출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올해는 간신히 버틸 수 있을지 모르나 향후 2년이 고비라고 진단했다.

닐 모스턴 스트래티지애널리스틱 상무는 “보유 중인 반도체와 대만 업체인 미디어텍에서의 조달로 올해는 지나가겠지만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고 스마트폰 사업 축소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대안도 별로 없다. 모스턴 상무는 “화웨이가 협력할 수 있는 반도체 공급업체가 전 세계에 15군데 있는데 이 가운데 5곳 정도가 믿을 만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 반도체 설계회사 UNISOC, 대만 미디어텍, 한국 삼성전자, 미국 퀄컴이 바로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모든 선택지에 난관이 존재한다. SMIC는 미국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또 화웨이의 기린 같은 고성능 반도체를 양산할 기술을 언제 갖게 될지도 불분명하다. UNISOC은 칩셋을 자체적으로 설계하지만 화웨이 수요에 걸맞지 않는 저가 반도체다.

경쟁자 삼성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제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모스턴은 “한국은 정치 이슈에서 대체로 미국 편을 드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퀄컴은 화웨이에 대한 수출 금지를 해제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로비를 벌이고 있는데,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나마 가장 가능성 있는 선택지가 대만의 미디어텍인데, TSMC의 공정을 활용하고 있어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CNBC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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