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서울 다세대·연립 거래량 6369건...12년만에 최고치인 6월 거래량 뛰어넘어
주택시장에서 외면받던 서울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매매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 급등에 주거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빌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고 있어서다. 정부의 계속된 규제에 상대적으로 낮았던 빌라 가격마저 급등하자 서민들의 갈 곳만 줄어드는 '규제 역풍'이라는 비난이 이어진다.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 빌라 매매거래량은 6369건을 기록했다. 전년 7월 대비 74.7% 급증한 수치다.
특히 지난달 빌라 거래량은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던 6월 거래량(6296건)을 이미 뛰어넘었다. 부동산 실거래 신고 기간이 한 달이어서 총 거래량이 집계되기까지 20여일이나 남은 것을 감안하면 7월 총 거래량은 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매매, 전세시장이 모두 급등세를 보이면서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다세대·연립으로 눈을 돌리는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규제가 워낙 아파트에 집중된 데다 매매, 전세가격이 모두 높다보니 최적의 대안인 빌라에 수요가 집중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빌라 시장에 매수세가 달라붙기 시작한 6월은 9주 간 내리막길을 걷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때다. 여기다 6·17 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규제로 묶이면서 매매수요가 서울로 다시 진입하는, '역풍선효과'가 거세져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중저가 단지가 몰려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와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에선 연일 신고가가 속출했다.
전셋값 급등도 빌라 시장을 들썩이게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서울 전세시장은 저금리 장기화와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비일비재했다. 여기에 6·17 대책으로 인한 실거주 요건 강화와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여파가 가세하면서 전셋값 급등의 불쏘시개가 됐다.
일각에선 아파트에 집중된 정부 규제의 풍선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에서 1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대상을 아파트로 한정했다. 6·17대책에선 수도권을 비롯한 규제지역에서 3억 원이 넘는 주택을 사면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거나 회수하도록 했다. 여기서도 연립·다세대는 규제를 비껴갔다. 전세 대출을 통한 갭투자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수요가 몰리자 가격 상승세 역시 가파르다. 지난 5월 0.02% 하락했던 빌라 매매가격은 6월 0.06% 상승 전환한 뒤 지난달엔 두 배가 넘는 0.15%까지 뛰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 아파트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매수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들 중심으로 주택에 대한 사고가 '소유'가 아닌 '이용'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면서도 "그나마 서민들의 접근성이 높았던 빌라 시장마저 급등세를 이어간다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앞으로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