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트레이드·터키 등…트럼프 행정명령 강행에 코로나19 추가 경기부양 패키지 논의 위태·미중 갈등 확산·터키 리라화, 신흥국 통화 중 최악 성적
글로벌 신흥시장이 올여름 첫 글자가 모두 T로 시작하는 3대 리스크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진단했다.
블룸버그가 지목한 3개의 T는 바로 트럼프(Trump)와 트레이드(Trade), 터키(Turkey)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전격적으로 서명한 4개의 행정명령이 이달 신흥시장의 첫 번째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들 행정명령에는 실업수당 연장과 일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급여세 유예 등이 포함돼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충격을 일시적으로 경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원을 장악한 야당 민주당과의 갈등으로 더 큰 규모의 코로나19 추가 경기부양 패키지 도출이 지연될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아부다비커머셜뱅크PJSC의 루치아노 자넬리 투자전략 대표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미국 의회가 자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3~4개월간의 수요를 유지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역 상황은 더욱 시장의 불안을 자아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15일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점검을 위한 고위급 무역회담을 연다. 이 자리에서 오히려 미·중 갈등이 고조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과 위챗 등 중국 소셜미디어와 미국 시민의 거래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려 지난 7일 신흥국 증시와 채권, 외환시장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모건스탠리 투자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미·중 관계는 와일드카드 리스크로 남았다”며 “외교를 넘어 경제와 무역 방면으로 확산하는 갈등 고조로 투자자들이 강한 리스크 회피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마지막 위험 요인은 바로 자국 통화 가치가 올 들어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친 끝에 사상 최저치를 찍은 터키다. 미국 달러화당 터키 리라화 가치는 지난 7일 장중 7.3677리라로 이틀 연속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리라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지난주 4.2% 하락해 신흥국 통화 중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며 올 들어 하락폭은 18%가 넘었다.
터키 금융당국이 최근 외환시장 개입에서 후퇴, 수개월째 외환시장을 억제했던 일부 규제를 완화하면서 리라화 가치가 급속히 추락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리라화 가치를 방어하는데 필요한 터키 금융당국의 실탄이 동이 났음을 암시한다.
터키 중앙은행은 2년 전 리라화 위기 당시에는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24%까지 인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무라트 우이살이 총재로 취임하고 나서 1년 만에 기준금리가 8.25%로 급격히 낮아졌다. 정부의 경기부양 압박에 중앙은행이 굴복한 영향이다.
잭 팬들 등 골드만삭스 투자전략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8월의 불충분한 유동성 속에서 터키 리라화의 불규칙한 움직임이 신흥국 고수익채권 시장 전반에 파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코로나19 혼란의 결과에 따른 새로운 ‘하강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터키 리라화와 더불어 취약한 신흥국 통화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와 브라질 헤알화, 러시아 루블화, 멕시코 페소화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