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다섯 명의 성 소수자와 함께 삶을 리셋하자"…'퀴어아이'를 통해 본 LGBT 경제

입력 2020-08-0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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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퀴어아이:삶을 리셋하라 시즌 5' 공식 포스터. 왼쪽 위부터 카라메로, 바비, 탠, 안토니, 조나단이다. (출처=넷플릭스)

'퀴어아이'는 심리·패션·음식·헤어·인테리어 등 각 분야 다섯 명의 전문가들이 모인 메이크 오버 쇼다. 심리상담가인 카라메로, 인테리어 디자이너 바비, 패션 디자이너 탠, 음식·와인 전문가인 안토니, 헤어스타일리스트 조나단이 뭉쳐 조언하고, 출연자들의 삶을 변화시킨다.

여타 다른 메이크 오버쇼와 달리 퀴어아이는 뼈를 깎는 성형수술이나 과도한 다이어트가 없다. 다만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출연자에게 건강한 요리법을 추천하고, 헤어와 스타일의 변화도 제안한다. 외적인 모습의 변화보다 그들이 집중하는 것은 바로 내면. 특히 자신감이다.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메이크 오버쇼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호스트가 모두 성 소수자라는 사실이다.

퀴어아이는 2003년 미국에서 방영되었던 리얼리티쇼 '퀴어아이 포 더 스트레이트 가이'(Queer Eye for the Straight guy)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리메이크하며 탄생했다. 2018년 리메이크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어 2020년 8월 현재 시즌 5까지 제작됐다. 지난해에는 다섯 남자가 일본에 가 변신하는 특별판 '퀴어아이: 일본을 달궈라!'가 방송되기도 했다.

▲패션 전문가 탠은 유행을 무작정 따라가기 보다 출연자의 체형에 맞는 옷을 입도록 조언한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우리 삶을 바꾸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방법, 나 자신을 사랑하기

퀴어아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나 자신을 사랑하라'다. 다섯 명의 호스트들은 일상과 삶의 무게에 힘들어하는 출연자들에게 조언을 건네며 자신감을 북돋아 준다. 성 소수자로서 차별받으며 어려움을 겪은 자신의 경험도 아끼지 않고 공유한다.

그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성 소수자를 가까이 한 적 없는 노인부터 워킹맘,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어린 10대 등 다양한 이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나에 대한 사랑이자 타인에 대한 사랑, 우리 모두에 대한 사랑으로도 이어진다.

퀴어아이 시즌 1의 첫 에피소드 제목은 '못생김은 고칠 수 없다'(You can't fix ugly)였다. 순박하고 외로운 덤프트럭 운전사 톰이 사연의 주인공이다. 톰은 자신을 자꾸 못생겼다 자조한다. 그러면서 못생김은 고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섯 명의 호스트들은 말한다. "아니야, 고칠 수 있어." 톰은 메이크 오버 이후 실제로 근사해진다. 하지만 그들이 고친 것은 그들이 고친 것은 톰의 외모가 아니라 못생긴 마음이었다.

▲퀴어아이 시즌 1에 등장하는 톰은 메이크 오버 과정을 겪으며 자신감을 극복하고, 데이트도 다시 시작하며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도 바꿔 나간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성 소수자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 경제적으로 더 성장한다

영어에서는 '레인보우 이코노미'(Rainbow Economy)'라는 단어가 있다. 날로 성장하는 성 소수자(LGBT) 커뮤니티의 구매력과 경제력을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는 LGBT 친화적인 마케팅을 벌이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2017년 미국에서는 성 소수자가 전체 미국 경제에 1.7조 달러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국립 게이·레즈비언 상공회의소(The National Gay & Lesbian Chamber of Commerce, NGLCC)의 조사다.

도시의 다양성이 기술 발전과 관련이 있다는 조사도 있다. 미국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2002년 '게이 지수'(Gay Index)를 만들어 과학 기술이 발전한 도시일수록 성 소수자가 많이 모여 산다는 사실을 밝혔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세계 첨단 기술의 중심지이고, LGBT 커뮤니티도 발달했다. 리처드 교수는 이를 두고 관용적인 사회일수록 인재가 몰려서 그 도시가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차별받는 집단 중 하나인 성 소수자에게 열린 개방성이 도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2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된 '2020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광고판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찢어진 상태로 발견돼 임시 철거됐다. 포스터를 훼손한 20대 남성 A 씨는 3일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됐다. (연합뉴스)

◇찢어진 광고판, 한국 성 소수자 인권의 현주소

한국의 성 소수자 인권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최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성 소수자 인권 광고가 게시된 지 이틀 만에 훼손된 일이 있었다. 광고가 훼손되자 시민단체 '성 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일부 시민들은 2일 오후 빈 광고판에 응원 문구가 담긴 메모지를 붙였다. 하지만 시민들이 붙인 메모지 역시 3일 오전 훼손된 채로 발견됐다.

3일 광고판을 훼손한 20대 남성 A 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 소수자들이 싫어서 광고판을 찢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소수자가 '싫어서' 광고판을 찢었다는 A 씨에게 퀴어아이를 추천하고 싶다. 퀴어아이를 보며 받은 위로가 A 씨에게도 필요할 것 같아서다.

퀴어아이 속 의뢰인들이 호스트들에게 위로받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든다.

위로를 받는 건 영상 속 사람들인데, 보는 내가 위로받고 있다. 누군가를 혐오하고 싫어하는 마음은 우리 마음을 병들게 한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경찰 조사까지 받은 A 씨에게도 그런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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