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혜택 주다 손바닥 뒤집듯 혜택 없애" 비판도
앞으로 법인이 보유한 8년 이상 장기임대등록 주택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한다. 개인 다주택자가 법인을 통해 주택을 분산 보유함으로써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중과 규정 적용 회피를 방지하려는 조치다.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개정안 등 대통령령안 33건을 비롯해 법률안 20건, 일반안건 4건(즉석안건 2건 포함)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전까지는 법인이 보유한 8년 장기임대등록 주택(수도권 6억 원, 비수도권 3억 원 이하)에는 종부세를 매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올해 6월 18일 이후 조정대상지역에 8년 장기임대 등록하는 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합산해 과세하게 된다. 종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법인 부동산 세제 강화 방안을 담은 6·17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 차원이기도 하다.
또 지난 6월 18일 이후 8년 장기임대 등록하는 주택에 대해서도 법인 보유 주택 양도 시 기본 법인세율(10∼25%)에 더해 추가로 매겨 10%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안도 의결됐다. 이전엔 8년 장기임대 등록 주택을 처분하면 추가 10%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개인 다주택자가 법인 등록을 통해 세 부담 회피를 막는 동시 공급이 다주택자 쪽으로 쏠리는 것을 차단하고자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부동산 투기 과열을 차단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단 구상도 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불과 몇 년 전 ‘임대료 연 5% 이내 상승’ 등을 조건으로 걸고 임대시장 활성화를 위해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준 것과 상충한다. 국민에게 특히나 민감한 부동산 정책이 손 뒤집듯 바뀌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갔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장기임대등록에 대한 세 부담은 민간임대사업 시장을 위축시켜 ‘돈 없는 서민’들이 임대마저 어렵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역세권청년주택도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건설임대주택의 경우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지만 8년 임대가 끝나면 사업자가 종부세를 내야 해 임대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세금을 올려 집값을 잡겠다는 것인데 이는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며 “임대사업자에 대한 증세는 결국 돈이 없어 집을 못 하는 서민에게 세금을 받는 기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택임대시장 활성화 정책을 펴다 몇 년이 지난 뒤 다시 이를 잡겠다고 하면 정부 정책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