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독미군의 3분의 1 감축…주한미군 결정에도 영향 미칠 듯
2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며 독일 주둔 미군 철수 계획을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총 3만6000명에 달하는 주독미군의 3분의 1인 1만1900명이 독일을 떠나게 된다. 그중 약 6400명은 미국으로 귀환, 동유럽과 전 세계 다른 곳에 순환 배치될 예정이다. 나머지 5600명가량은 벨기에와 이탈리아 등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로 재배치된다. 이에 주독미군 규모는 2만4000명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에스퍼 장관은 “이번 조치는 몇 주 안에 시작될 것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며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병력 재배치에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토 동맹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철수시킨다는 계획은 러시아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로 오랫동안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계획을 강행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성명에서 “에스퍼 장관은 러시아 억지력 강화, 나토 강화, 동맹국 안심,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및 유럽사령부(EUCOM)의 유연성 개선, 군인과 그 가족 배려 등 5개 핵심 원칙에 따라 유럽 전역에 병력을 재배치하라고 지시했다”며 “새 계획은 이런 핵심 원칙을 충족하면서 오늘날의 환경에서 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병력태세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사령부와 유럽 내 특수작전사령부 본부는 독일에서 벨기에로 이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러시아 억지력을 높이고자 군대를 흑해나 발트해 등 더 동쪽으로 이동시킨다는 전략적 목표에 따른 것”이라고 이번 재배치 계획을 설명했다.
에스퍼 장관은 독일이 방위비를 충분히 쓰지 않아서 미국이 교훈을 주고자 철수에 나섰다는 지적을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독일이 국방 부문에 충분한 지출을 하지 않아 군대 철수를 명령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군이 독일을 보호하기 위해 그곳에 있다. 맞지 않은가”라며 “독일은 돈을 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 우리는 더는 호구가 되기 싫다. 미국은 무역과 국방 면에서 25년간 이용돼 왔다. 그들이 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군대를 줄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우리나라와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 이번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주 주한미군 감축설을 부인하기는 했지만 “병력 최적화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CNN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면 계획이 취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