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일제히 상승·금 사상 최고치 경신과 대조돼…코로나19 상황 악화·연준 경기부양 기조 유지 전망·미중 갈등, 달러 약세로 이어져
27일(현지시간) 미국 금융 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2018년 9월 이후 2년 만의 최저치인 93.50까지 떨어졌다.
ICE달러인덱스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초기였던 지난 3월 22일 약 103으로 3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나서 4개월 만에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뉴욕외환시장에서 일본 엔 가치는 달러에 대해 0.7% 오른 105.40엔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달러·엔 환율이 105.12엔까지 떨어지면서 엔 가치가 4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유로 가치도 달러에 대해 올랐다. 유로·달러 환율은 0.8% 상승한(달러 가치 하락) 1.1751달러로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한때는 1.1781달러로 2018년 9월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른 금융자산이 모두 이날 오른 것과 대조적으로 달러 슬럼프가 계속된 것이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코로나19 백신 기대 등으로 일제히 올랐다. 다우지수가 0.43%, S&P500지수는 0.74% 각각 상승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67% 올랐다.
달러 약세는 국제유가와 금값 강세로 이어졌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0.75% 오른 배럴당 41.60달러로 마감했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은 이날 장중과 종가 기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8월물 가격은 1.8% 오른 온스당 1931달러로, 2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깼다. 또 장중 1941.9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2011년 9월 6일 기록했던 장중 최고가인 1923.70달러를 넘어섰다.
다른 나라보다 더 심각하게 보이는 미국의 코로나19 상황과 그에 따른 경제 불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부양 기조 유지 전망 등이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미국은 최근 매일 7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코로나 상황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유럽과 두드러지게 비교되고 있다. 이에 이달 들어 유로 가치가 달러에 대해 3.6% 올랐다고 마켓워치는 덧붙였다.
또 여당인 공화당이 이날 1조 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의 최절정기에 오히려 경기부양책을 축소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인 민주당이 제시한 부양책은 3조 달러 규모다.
시장은 28~29일 열리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만일 연준이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암울한 진단을 제시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시사하면 달러에 대한 추가 하락 압력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주 상대국의 총영사관을 서로 폐쇄하는 등 갈등을 고조시킨 것도 달러 약세를 부채질했다고 마켓워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