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결정 철회하지 않으면 보복할 것”…총영사관 안뜰서 기밀서류 태우기도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이날 “미국 정부가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시작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중국은 미국이 잘못된 결정을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합법적이며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왕 대변인은 미국이 제시한 데드라인이 언제인지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이날 트위터에 “미국이 총영사관을 72시간 이내에 폐쇄할 것을 요구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휴스턴 총영사관은 미국에 처음으로 세워진 총영사관”이라며 “사흘 안에 이를 폐쇄하라는 것은 완전히 정신 나간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왕 대변인도 “미국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양국의 영사협정을 어겼다”며 “미국은 그동안 중국 외교 인력을 괴롭히고 유학생들을 협박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국은 지난 1년간 중국 외교관들에 대해 별다른 설명 없이 두 차례 제재를 가하는 것은 물론 허가 없이 중국의 외교행낭을 여러 차례 열어보거나 공식 사용을 위한 불특정 품목을 압수했다”고 설명했다.
1961년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라 대사관 주재국들은 상대방의 외교행낭을 열어보거나 압수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 협약에 가입된 상태다.
미국이 중국 총영사관 폐쇄 명령을 내린 배경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중국 외교부의 이런 갑작스러운 입장 발표는 전날 밤 휴스턴 총영사관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나서 나왔다. 휴스턴 현지 TV방송국이 촬영한 동영상에는 총영사관 직원들이 쓰레기통에 문서를 넣고 태우는 장면과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관과 경찰이 출동해 대기하는 모습이 담겼다.
휴스턴 경찰은 “총영사관이 있는 지역에서 오후 8시쯤부터 문서가 소각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총영사관 직원들이 기밀서류를 불태운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종이 타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며 “그러나 소방관들은 들어갈 수 없어서 건물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휴스턴 현지 언론들은 “중국 총영사관이 미국 정부의 폐쇄 요구에 황급히 문서들을 태운 것으로 보인다”며 “총영사관은 24일 오후 4시에 폐쇄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에서 워싱턴D.C.에 있는 대사관 이외에도 휴스턴과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 등 총 5곳에 총영사관이 있다.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는 외교관과 기자, 학자와 유학생에 이르기까지 미국에 있는 중국인을 단속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최신 움직임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외교관을 대상으로 냉전을 방불케 하는 여행 규칙이 적용되고 있으며 중국 관영 언론매체는 외교기관으로 지정돼 각종 제한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약 2억70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공산당원과 그 가족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영사관 폐쇄는 심각한 사안이지만 외교적 긴장 상태에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2017년 러시아가 미국 외교관들에게 제한을 가하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총영사관과 워싱턴, 뉴욕에 있는 영사관 부속건물 등 총 3곳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