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 맞은 지구촌 환경 ⑦-1] 인간이 멈추니 자연이 돌아왔다…환경 위한 대규모 실험 시작

입력 2020-07-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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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펙트⑦] 경제 봉쇄 수개월 만에 대기 질 급격히 개선…“환경 긍정적 변화 지속할 방안 모색” 목소리 커져

▲글로벌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 추이. 단위 하루당 메가톤(Mt). ※음영은 예상치. 출처 네이처기후변화
인적이 끊긴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악어가 헤엄을 치고 매년 봄 황사와 스모그로 뒤덮였던 전 세계 대도시 하늘은 모처럼 파랗게 펼쳐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중단되면서 지구 환경과 생태계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탄소 배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도시 공기의 질이 개선되고 사람을 피해 숨어있던 야생동물들이 도심 한 가운데를 활보하는 등 인간에 의해 파괴됐던 자연이 불과 수개월 만에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짧은 순간에 가져다 준 이런 변화에 주목하면서 지금처럼 호전된 환경을 계속 유지해 더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미래를 구축하자며 독려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달 말 “코로나19를 계기로 기후를 위한 거대한 실험이 시작됐다”며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대규모 붕괴를 더 지속 가능한 생활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과 영국 등 7개국 공동 연구팀이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기후변화’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각국의 이동 제한과 자택대기 명령으로 올 들어 4월 초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환경오염으로 악명이 높은 중국도 코로나19 덕분에 오염 정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중국 생태환경부가 지난달 초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중국 337개 도시에서 대기 질이 좋은 날이 전체의 84.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PM2.5(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당 39마이크로그램(㎍)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줄었다.

중국보다 더한 스모그로 고통 받았던 인도 대도시들도 모처럼 깨끗한 공기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6월 국제 학술지 ‘줄저널(Joule Journal)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인도 수도 뉴델리는 경제 봉쇄가 한창이었던 3월 24일~5월 17일에 PM2.5 농도가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줄었다. 연구진은 특히 4월 대부분 기간 PM2.5 농도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중순 기사에서 “올 들어 지금까지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대기 질이 건강에 안 좋은 수준으로 떨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이는 최소 1980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공기가 깨끗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D.C. 2000~2020년 대기 질 추이. ※올해는 6월까지. 색상별로 녹색부터 좋음/완만함/민감그룹 건강에 좋지 않음/건강에 나쁨/매우 나쁨/극히 해로움. 출처 워싱턴포스트(WP)
사람들도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로 깨끗해진 도시 환경을 보면서 자연환경에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연초 진행된 세계적인 경제 봉쇄 기간 ‘새소리’ ‘나무 이름 확인’ 등 자연과 관련된 검색은 1년 전보다 두 배 급증했다.

그러나 환경이 수개월 만에 빠르게 개선된 만큼 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다시 악화하는 것도 급격히 이뤄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7개국 과학자들이 지난달 중순 업데이트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시점에서 글로벌 탄소배출 감소폭은 4월까지의 전년 대비 17%에서 5%로 줄어들었다.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복귀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정부와 기업의 환경보호 움직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스탠퍼드대학의 지구과학 교수이자 타소 배출을 연구하는 전문가 협의체인 글로벌탄소프로젝트의 의장인 롭 잭슨은 “코로나 사태로 재정난에 빠진 기업들이 사전투자가 필요한 기후 친화적인 프로젝트를 지연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CNBC방송은 “팬데믹이 진정되고 나서 글로벌 항공여행이 회복하면 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오는 2050년까지 세 배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봉쇄 기간 미국과 유럽의 차량 통행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경제 재개와 더불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고자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 이용을 늘리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5월 말 “기업 영업 재개 시 바이러스 노출을 피하기 위해 사무실에 출퇴근할 때 자가용 운전을 권장한다”는 새 지침을 발표하자 전문가들은 이는 교통혼잡과 탄소 배출 급증 등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로런스 프랭크 교수는 “자가용을 공중보건 전략으로 장려하는 것은 충치를 줄이기 위해 설탕을 섭취하라고 처방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파리가 3월 19일(현지시간)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인적이 끊겨 있다. 파리/AP뉴시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대기 질이 개선되는 등 환영할만한 발전이 이뤄졌다”며 “그러나 이는 추가 개혁 없이는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는 발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시를 더 친환경적이고 보행자 친화적으로 만들며 대중교통을 개선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빌딩을 구축하면 더욱 건강한 미래를 조성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가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고 이탈리아는 재난지원금에 자전거 구입 비용의 최대 60%를 환급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등 세계 각국 지방자치단체들도 코로나19가 모처럼 가져온 환경에 대한 긍정적 변화를 영속시키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BBC는 사회과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습관을 깨는 단순한 ‘개입’만으로도 환경에 좋은 새로운 습관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19라는 기회를 환경 친화적인 습관 도입의 기회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이용 등 사람들의 이동과 관련한 행동은 습관성이 높아서 친환경적인 전기자전거로 설득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스위스 취리히응용과학대학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2주 동안 운전을 전혀 못하게 하는 대신 무료로 전기자전거를 제공하는 등 ‘기존 습관의 파괴’라는 전략을 구사한 결과 대상자들은 실험이 끝난 뒤에도 이전보다 차를 덜 탔다.

세계은행(WB)의 마틴 헤거 선임 환경 이코노미스트는 7월 초 WB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녹색회복(Green Recovery)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환경은 물론 경제적 관점에서도 영리한 움직임”이라며 “세계가 녹색성장의 길을 밟는다면 오는 2030년까지 저탄소 배출의 친환경 산업에서 창출하는 일자리가 6500만 개에 달해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 산업에서 잃게 되는 2800만 개 일자리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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