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테슬라의 오만함

입력 2020-07-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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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몇 해 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 때 일입니다.

무대 위에 오른 전기차 하나가 보란 듯이 차 옆면에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이라는 홍보문구를 붙였습니다.

내연기관의 환경파괴 문제가 불거졌던(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무렵이었지요.

한 마디로 순수 전기차는 공해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아 이 문구를 붙였습니다.

그럼 정말 이 전기차는 공해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을까요?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전기차가 사용하는 동력원인 전기는 그냥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화력이든 원자력이든 우리는 대가를 치르고 전력을 얻어냅니다. 풍력과 태양력 발전만 사용한다면 모를까, 그 이전까지는 전기차 역시 유해물질 배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지요.

그뿐인가요. 폐차 때 나오는 고철과 구동계통의 윤활유, 폐타이어 역시 '제로 에미션'에 걸림돌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겁 없이 제로 에미션을 덧붙였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차가 있었지요. 르노삼성의 순수 전기차 SM3 Z.E입니다.

이렇듯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과 홍보문구는 자칫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특히 전기차 기업 테슬라(Tesla)를 조심해야 합니다.

난해한 디자인은 둘째로 친다 해도 일단 품질이 조악합니다. 마치 1980년대 동아자동차를 보는 듯한 분위기지요. 내장재를 만져보면 실타래가 잡히고, 이걸 잡아당기면 내장재가 풀리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소유주들의 만족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자동차가 아닌, 혁신을 타는 것”이라는 홍보 문구 역시 테슬라 오너에게 당위성을 심어주고는 합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많은 혁신을 담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되면서 자동차의 기능이 개선되는 방식은 본 받아야 할 점입니다.

그뿐인가요. 웬만한 스포츠카 따위는 가볍게 룸미러에 가둬버릴 만한, 차고 넘치는 성능 역시 테슬라 오너에게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이런 테슬라의 자랑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율주행기술'입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이맘때 FSD라는 새로운 기술을 내놨습니다. 이름 그대로 ‘풀 셀프 드라이빙’을 의미합니다.

테슬라가 공개한 영상에는 운전자가 두 손을 무릎 위에 얹고, 차 스스로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테슬라는 이를 앞세워 “내년(2020년)까지 일부 지역에서 로보택시를 운행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다 두 가지 모두 틀렸습니다. 테슬라가 말한 FSD는 결코 풀 셀프 드라이빙이 아닌, 단순한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입니다.

나아가 올해 안에 테슬라가 내놓은 로보택시가 상용화될 가능성도 사실상 제로에 가깝습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가운데 자율주행 레벨3 기술을 양산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모조리 레벨2에 머물러 있고, 그 안에서 각 분야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테슬라는 겁 없이 ‘풀 셀프 드라이빙’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마치 자율주행 분야에서 테슬라가 앞서나가는 것처럼 포장합니다.

우리는 아직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물론 이후가 더 문제입니다.

레벨3에서 레벨4까지 진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기술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이게 글로벌 석학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현재 레벨5 수준의 기술에 근접한 구글조차도 양산차에 이 기술이 적용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0.01%라도 존재한다면 그것은 결코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된다”라는 게 구글의 전략입니다.

테슬라보다 더 진보한 기술을 지닌 구글은 여전히 신중합니다. 자율주행은 말 그대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요.

이런 상황에 테슬라 자율주행차 사고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고작 차 몇 대를 더 팔겠다며 사람들이 현혹될 수 있는, 예컨대 ‘풀 셀프 드라이빙’이라는 수식어를 겁 없이 내세워서는 결코 안 됩니다. 더 이상 그럴 일도 없겠지만 우리 역시 그런 사탕발림에 속아서는 안됩니다.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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