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해 미국산 에너지 제품 수입 목표 달성 못할 듯…무역갈등 새 불씨 되나

입력 2020-07-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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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까지 수입액 20억 달러로 목표 대비 18% 달성 그쳐…농산물 등의 약속 이행 정도는 나쁘지 않아

▲미국의 대중국 에너지 제품 수출액 추이. 단위 10억 달러. 파란색 : 실제 수출액(5월까지 20억 달러). 회색 : 올해 목표(261억 달러).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중국이 올해 1단계 미·중 무역합의에서 약속한 미국산 에너지 제품 수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중국이 다른 부문에서는 상당 부분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 만큼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향후 미·중 무역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의 수출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이 올 들어 5월까지 20억 달러(약 2조4000억 원) 규모의 미국 에너지 제품을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은 연초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문에서 올해 석유·천연가스·정제유·석탄 등 약 25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5월까지 실제 누적 수입액은 목표치 달성을 위해 이 기간 수입해야 할 금액의 18%에 그쳤다고 WSJ는 분석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수입량을 늘려 약속한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중국은 한 달에 30억 달러 이상의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사들여야 한다. 이는 매달 수입해야 할 물량이 지난 5월까지 누적 수입액보다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에너지 수요가 줄어든 시점이어서 약속을 사실상 지키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양측은 수입량이 아닌 수입액을 기준으로 정한 터라 에너지 가격이 폭락하면 목표 달성은 더욱 어려워진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차드 보운 연구위원은 “구매 약속은 양이 아닌, 달러(가치) 조건으로 이뤄졌다”며 “따라서 중국이 대량 구매를 하더라도, 가격이 제로(0)에 가까워지면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부 텍사스의 산유지를 지역구로 둔 조디 애링턴(공화) 하원의원 등 다수 의원은 지난달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농산물이나 공산품 구매에 있어 중국의 진척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 합의에서 완전히 철수하거나 중국을 제재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앞서 거의 2년간 이어졌던 무역 전쟁 당시에도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을 때 중국은 미국의 농산물 구매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거듭 맞대응해 온 바 있다.

특히 중국은 현재 에너지 이외의 다른 부문에서는 약속 이행 정도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올해 5월까지 중국의 농산물 수입 규모는 54억 달러다. 올해 약속된 농산물 구매량은 총 330억 달러어치인데, 농산물이 주로 가을에 수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산품의 경우 올해 목표치 840억 달러 가운데, 이 기간 195억 달러를 사들였다. 에너지 분야에 비하면 훨씬 양호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무역 데이터는 최종 수출만을 반영할 뿐, 아직 이행되지 않은 구매 계약을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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