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부가가치세 10% 파격 인상 무리수…“바보야, 문제는 코로나야”

입력 2020-07-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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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례 없는 일…소비 회복 타격 우려”

▲6월 30일(현지시간) 지다의 한 슈퍼에서 장을 본 여성이 카트를 밀고 있다. 지다/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판매세(부가가치세에 해당)를 한 번에 3배나 인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세수가 줄어듦에 따라 마련된 긴축 대책 중 하나다. 하지만 이것이 지난달 겨우 늘어난 소비를 단번에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 방송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1일부터 판매세율을 5%에서 15%로 3배 올렸다. 두 달 전 사우디는 코로나19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정부 재정의 근간인 석유 부문의 수입이 감소하자 판매세율을 올리는 내용을 담은 긴급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파격 조치가 소비 회복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급증한 소비가 남은 여름을 지나 가을에 이르기까지 멈춰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금 인상이 시작되기 전인 6월, 사우디인들은 코로나19 규제가 풀리자마자 전국 상점으로 몰려들었다. 동부 도시인 코바르에 사는 한 시민은 “마치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같았다”고 말했다. 세금이 오르기 전에 새 차를 사길 원했는데, 그가 방문한 모든 자동차 대리점에서 차가 완전히 매진됐다고 한다. 한 대리점의 딜러는 그들이 6월 한 달 동안 판매한 자동차가 앞선 5개월 치 판매량보다 많았다고 전했다.

사우디가 내놓은 새로운 정책은 판매세 인상뿐만이 아니다. 앞서 사우디는 국민에게 지급되던 생계비 수당을 중단하는 한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경제 구조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포함한 주요 프로젝트들에 대한 지출을 약 260억 달러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걸프 지역 전체가 세계 봉쇄와 20년 만의 저유가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궁여지책이었다.

타렉 파들라라 중동 노무라 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가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것은 사우디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저유가와 전염병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이주민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는 이미 아주, 몹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판매세 인상에 대해서는 “한 번에 10%의 인상은 사실상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것은 가처분소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소비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바르에 거주하는 한 사업주 역시 “6월 이후 사람들은 확실히 소비를 줄일 것”이라며 “이들은 평상시보다 10%를 더 내야 하는 것을 보고 낙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우디 통계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사우디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봉쇄) 등의 여파로 훨씬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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