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일터 혁명⑤-3] 재택근무 확산에 된서리 맞는 부동산 시장

입력 2020-07-01 11:00수정 2020-07-0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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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펙트⑤] 재택근무 확산·기업 파산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 썰렁…주택유형별 수요에도 변화

▲4일(현지시간) 상하이 푸둥에 있는 루자쭈이 금융지구의 빈 사무실에서 시든 식물이 보인다. 상하이/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은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재택근무 확산과 기업들의 파산으로 상업용과 주거용을 불문하고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도 일부 기업은 직원의 자택 근무를 계속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유연한 공동 작업 공간을 활용, 비용을 절약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이미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발 빠르게 재택근무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리서치 기반 컨설팅 회사인 글로벌 워크플레이스 애널리틱스는 향후 2년 뒤에는 노동자의 최대 30%가 일주일에 며칠씩 집에서 일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발 위기로 인해 증가하고 있는 기업들의 파산도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CBS 방송은 지난 5월 파산보호 신청을 한 미국 기업이 772개사를 기록, 작년 동월(487곳) 대비 48% 늘어났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시위까지 맞물린 홍콩에서는 도심 사무실의 공실률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11일 부동산 컨설팅기업 CBRE의 자료를 인용,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 지역의 사무실 공실률이 지난달 말 8.5%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센트럴 지역의 빈 사무실 면적은 10만2193㎡에 달했다. 이는 홍콩의 랜드마크 빌딩 가운데 하나인 44층짜리 HSBC타워 전체가 비어있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코로나19 발병이 처음으로 보고됐던 중국에서도 올해 1분기 오피스 빌딩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CRI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중국 내 4대 도시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평균 15%로 집계됐다. 이 업체가 관련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재택근무도 확산하는 추세여서 당분간 오피스 빌딩 시장은 혹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비어 있는 상업공간은 지난 몇 년간 주택 위기 및 임대료 상승에 몸살을 앓던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같은 도시에는 유용할 수도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계속해서 꼭 기능해야 하는 사무실의 경우 유행병에 대비하기 위한 조정을 거칠 수도 있다. 폴리티코는 파터노스터 엘리베이터, 샤바트 엘리베이터 등 세균으로 덮인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작동하는 승강기가 더 흔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쿠시먼앤웨이크필드(C&W)가 개발한 ‘6피트 오피스’ 같은 사례에서 증명하듯 사무실 공간이 더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6피트 오피스란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모델로, 일터에 돌아온 근로자들의 사무실 동선이 6피트(약 1.8m) 간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 시장도 당분간은 부진을 겪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각국 경제 전반에 충격을 가하면서 주택시장 또한 위축된 탓이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5월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는 전달 대비 9.7% 떨어진 391만 건으로, 9년 반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6% 감소, 1982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통상 미국 주택시장의 거래량은 기존 주택 90%, 신규주택 10%의 비율로 나뉜다.

아울러 코로나19는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 유형 또한 바꾸고 있다. 미국의 경제매체 CNBC 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부동산 중개 서비스 업체 컴퍼스의 로버트 레프킨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이 있는 집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컴퍼스의 웹사이트에서 수영장이 있는 주택에 대한 검색은 3배나 증가했고, 야외 공간이 있는 집에 대한 온라인 문의는 2배 늘어났다. 단독주택에 대한 검색량이 40% 늘어난 반면, 아파트에 대한 검색량은 감소했다.

이는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굳이 도심에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 까닭이다. 어차피 재택근무를 할 바에야 비용이 많이 드는 도심보다는 교외의 가성비 좋은 환경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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