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19 K-방역보다 중요한 'K-백신'

입력 2020-06-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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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가 온 나라를 강타했던 2009년 국정감사에서는 "백신을 구걸하러 다녔다"란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 보건당국이 신종플루 예방백신을 제때 구하지 못해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을 벨기에에 급파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백신을 생산하는 주요국들은 자체 생산으로 백신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아직 자급 능력이 충분치 못했던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전전긍긍해야 했다. 감염병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생산량에 한계가 있는 백신이 철저히 자국 우선으로 공급되는 것은 당연하다. '백신주권'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때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신종플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률이 높고,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결국 1000만 명을 돌파했다. 'K-방역'으로 모처럼 어깨를 편 우리나라도 최근 교회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라 발생해 확산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미 코로나19 백신 선점 경쟁은 시작됐다. 현재 백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꼽히는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공급받기 위해 영국은 물론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몰렸다. 일본도 사재기에 합류했다. 캐나다와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중국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백신 물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제넥신의 'GX-19'만 1/2상에 착수했다. 속도가 다국적 제약사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개발의 중요성이 퇴색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신종플루, 코로나19와 같은 전세계적 감염병 사태는 갈수록 발생주기가 빨라지는 추세여서 이제 감염병 발생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둬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모더나 한 곳에만 6000억 원을 쏟아 붓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3차 추경으로 편성한 예산은 코로나 19 치료제·백신 개발 전 주기를 통틀어 1115억 원이다. 여전히 계란으로 바위치기 수준이다. 'K-백신'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우리 기업의 개발 의지와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제약바이오강국을 현실화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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