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개 계열사도 같이 파산보호 신청…“저유가 계속되면 2년간 200개사 이상 파산할 수도”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체사피크에너지는 이날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텍사스 남부지방 파산법원에 연방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셰일유·가스 생산의 선구자인 체사피크는 오랫동안 거액의 부채로 허덕여왔는데,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따른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폭락이 치명타가 됐다고 WSJ는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현 수준에 머문다면 앞으로 2년간 200개사 이상의 셰일업체들이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유명했던 고(故) 오브리 맥클렌던이 톰 L. 워드와 1989년 공동 설립했던 체사피크는 수평 시추와 수압 파쇄 등 셰일 관련 기술의 잠재력을 깨닫고 일찍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미국을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도약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남부 오클라호마시티에 본사를 둔 체사피크는 2008년 말 웨스트버지니아 크기와 맞먹는 1500만 에이커(약 6만703㎢) 면적의 토지에 시추권을 보유, 미국 2위 천연가스 생산업체로 군림했다.
그러나 체사피크는 너무 가파른 성장에 부채도 급증했으며 주력인 천연가스보다 훨씬 수익성이 좋았던 셰일유로의 전환에서 경쟁사들에 뒤처지면서 수년간 경영난에 시달렸다.
체사피크 채권자 중 한 곳인 뮤추얼펀드 브랜데스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크리스 던컨 이사는 “체사피크는 선두였고 가장 공격적이었다”며 “그러나 이런 저돌성으로 인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7% 감소한 약 85억 달러(약 10조2300억 원)로, 전성기였던 2014년보다 약 40% 축소됐다.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19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폭락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지난 1분기 순손실은 82억 달러에 달했다. 파산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 따르면 체사피크 자산은 현재 약 162억 달러인데 부채가 118억 달러에 이른다. 채권자는 10만 명 이상이다. 체사피크는 물론 30개 이상 계열사도 같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체사피크는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부채 70억 달러를 채권자들로부터 탕감받고 추가 자금 9억2500만 달러를 조달하는 생존계획을 법원에 제시했다.
월가는 5년 전 유가 하락 당시 미국 셰일기업들의 생존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러나 셰일업체들의 실적이 지지부진해 갈수록 자금 조달을 받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미국 셰일업계가 지난해 회사채 발행과 소유 지분 매각 등으로 조달한 자금은 약 230억 달러로, 2016년(570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