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WTO사무총장 공식 출마…"25년 통상 노하우, WTO 개혁·복원에 활용"

입력 2020-06-2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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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WTO 사무총장 기대…선진국과 개도국 중간자적 위치에 코로나19 방역국 강조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공식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의 통상 분야 수장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한국으로서는 세 번째 도전으로 한국인 최초 WTO 사무총장이 탄생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 본부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중 주제네바대표부를 통해 WTO 일반이사회 의장 앞으로 입후보 의사를 공식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정부는 우리나라도 WTO 차기 사무총장 후보자를 낼 것인지에 대한 내부검토를 해 왔으며 관계부처 협의를 걸쳐 현직 통상교섭본부장인 제가 WTO 사무총장에 출마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보호무역조치 확산과 다자체제 위상 약화로 어려움에 처한 국제공조체제를 복원·강화하는 것이 한국 경제와 국익 제고에 중요하고, WTO 중심 안정적 국제교역질서를 기반으로 성장한 통상선도국으로서 국제사회에 주도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우리 측 인사의 입후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 본부장은 WTO 사무총장 도전에 대해 "한국은 WTO 체제로 구축된 통상규범과 교역 질서 속에서 자유로운 무역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8%에 달하는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확보하면서 통상의 질적 수준도 높아졌다"며 "이러한 우리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WTO 교역 질서와 국제공조체제를 복원, 발전시키는데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 WTO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회원국 간 갈등을 중재하고 공동의 비전을 제시하는 중견국(middle power)의 역할이 중요하고 한국은 누구보다 이러한 연대와 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자격과 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25년 공직생활을 통상에 매진해 온 유 본부장은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통상분야에서의 경험, 지식, 그리고 네트워크를 WTO의 개혁과 복원을 위해 활용하고자 한다"며 "국제공조 복원에 초점을 맞춰 다자무역체제가 다시금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협상 기능을 복원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실성을 가질 수 있도록 WTO 협정을 업그레이드하고 특히 분쟁해결제도, 전자상거래 등 국제규범의 재정비가 시급한 분야에서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각오다. 또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회원국 요구와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여러 도전에 기민하게 대응해 국제적 위기 대응 공조를 선도하는 WTO로 그 역할과 기능을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WTO가 지난 25년을 디딤돌 삼아 향후 25년에도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견고하게 그 지위와 위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국제기구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저는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해 다른 나라의 후보자들과 치열한 경합의 길로 들어선다"며 "대한민국이 그리고 제가 WTO 다자간 교역체제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WTO의 개혁을 추진하는데, 충분한 기여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해나가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유 본부장은 이번 출마가 한일 무역갈등에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WTO 사무총장은 특정 소송에서 특정 국가를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개별 소송은 개별 논리에 따라 철저히 준비해서 대응해야 한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경우 WTO 규범을 위반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 입장"이라고 답했다.

미국이 WTO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선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기본적인 입장은 WTO 탈퇴가 아니라 WTO 개혁"이라며 "그 개혁을 할 수 있는 적임자가 WTO 사무총장이 돼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미국, 중국 등과 후보 출마에 대해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를 묻자 "주요국들과 긴밀하게 평소에도 협의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한국은 1994년 김철수 상공부 장관과 2012년 박태호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WTO 사무총장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동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등 주요 국제기구에 한국인 출신 수장이 나왔으나, WTO 사무총장은 배출하지 못했다. 유 본부장이 사무총장에 선출되면 한국인 최초이자, WTO 첫 여성 사무총장이라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특히 전 세계 무역 체계를 조율하는 WTO 수장이 되면 국제 통상무역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가 크다.

후보 등록은 다음 달 8일까지로, 유 본부장이 후보 등록을 하면 현재까지 총 5명이 출사표를 던지게 된다.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외교 차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M) 이사장, 이집트의 하미드 맘두 변호사,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제네바 몰도바 대사 등이다.

후보자로 지명되면 3개월간 회원국을 대상으로 선거 캠페인을 한 뒤 나머지 2개월간 후보자를 1명으로 압축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WTO 일반 이사회 의장이 164개국 회원국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가 탈락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최종 단일후보자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뽑는다.

한국은 미·중간,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데다 코로나19의 모범적인 방역국으로서 국제사회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한 통상 전문가는 "WTO 164개 회원국에 어떤 비전과 목표, 역할을 제시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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