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국인 취업비자 발급 중단...실리콘밸리·외국기업 주재원 비상

입력 2020-06-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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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자리 보호를 이유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비자 발급을 올 연말까지 중단한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자국 내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빗장을 아예 걸어 잠갔다. 특정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을 올 연말까지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 연말까지 특정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비자 발급 금지 대상에는 전문직 취업비자 ‘H-1B’와 그들의 배우자에 대한 비자 ‘H-4’, 건설·조경 등 비농업 분야 임시취업 근로자에 대한 비자 ‘H-2B’, 문화교류 비자 ‘J-1’, 해외에서 미국으로 직원을 전근시킬 때 사용되는 ‘L-1’ 등이 포함된다.

반(反)이민 정책을 내걸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업률이 급등하자 지난 4월 일부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행정명령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신규 그린카드(영주권)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60일간 금지했다. 이번에 이 기간도 올 연말까지 연장했다. 당시 미국 기업들의 일손 부족 문제를 고려해 임시 근로자에 대한 비자는 발급했으나 비자 발급 제한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기간도 연장한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치료 및 연구 관련 건강보건 분야 근로자와 식품 공급망 관련 근로자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 제한을 면제했다. 미국 내 이미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이나 유효 비자를 소지한 외국 거주자도 이번 제한 조치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 실직자를 위한 일자리 보호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비자 발급 제한 확대를 통해 올 연말까지 52만5000명의 입국이 제한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써 해당 일자리가 미국 실직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이를 두고 ‘미국 우선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5월 실업률이 13.3%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여파가 고용시장에서도 계속되는 가운데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일자리 사수에 나섰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종류의 비이민 비자에 의한 노동자 수용은 경제 회복 와중에 있는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불리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업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특히 외국인 기술 인력을 고용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에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IT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또 미국 전근자용 L-1 비자도 대상이어서 미국에 주재원을 보낸 해외 기업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정보기술산업협의회(ITI)는 성명을 내고 “경제 회복과 성장에 위험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술 산업에서 일하는 이민자는 경제 회복을 지속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재고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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