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돈 되는건 다 판다…T-모바일US 주식 2억 주 매각

입력 2020-06-23 10:19수정 2020-06-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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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지분의 65% 해당…부채 감축·자사주 매입 위한 현금확보 노력 일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투자 실패 등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난에 빠진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자사가 보유한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 T-모바일US 지분을 대거 매각한다.

소프트뱅크는 자사 보유지분의 65%에 달하는 T-모바일 주식 약 1억9800만 주를 매각할 계획이며 이는 금액상으로 210억 달러(약 25조 원)에 달한다고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이날 성명에서 “T-모바일 보통주에 대해 매각 거래 개시를 결정했다”며 “미국 내에서의 공모, 신탁회사로의 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거래가 이뤄지며 그 대금은 우리 자회사가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T-모바일은 올해 4월 소프트뱅크 산하에 있던 미국 4위 이통사 스프린트와의 합병이 마무리됐다. 그 결과 소프트뱅크는 T-모바일 지분 약 24%를 확보했다. T-모바일 주가는 이날 나스닥 정규거래를 0.3% 하락으로 마감하고 나서 소프트뱅크 지분 매각 소식에 시간 외 거래에서 1.6% 추가 하락했다. 그러나 주가는 합병 효과 등에 힘입어 올 들어 지금까지 약 36% 오른 상태다.

▲T-모바일US 주가 추이. 22일(현지시간) 종가 106.60달러. 출처 마켓워치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투자가 결과적으로 실패해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되고 올해는 코로나19로 우버테크놀로지 등 주요 투자처 주가가 폭락, 궁여지책으로 현금 확보를 위해 T-모바일 주식을 파는 신세가 됐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3월 마감한 2019 회계연도에 9615억 엔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81년 설립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손정의 회장은 부채 감축과 자사주 매입 등을 위해 총 4조5000억 엔(약 51조 원) 자산을 매각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과 통신 자회사이자 캐시카우인 소프트뱅크 지분 매각도 여기에 포함됐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 지분 매각을 통해 1조2000억 엔을, 소프트뱅크로는 3000억 엔의 자금을 각각 조달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가 처한 어려움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전펀드가 투자한 88개사 중 15곳이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1000억 달러 규모의 기술 전문 투자펀드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 사업 핵심이다. 블룸버그통신의 이달 초 보도에 따르면 비전펀드는 현재 약 500명 직원의 15%에 달하는 8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비전펀드는 지난달 현재 인력의 약 10%를 감원하려 했지만 경영난이 가중하면서 그 규모를 더욱 확대한 것이다.

심지어 소프트뱅크는 최근 회계부정으로 파문을 일으킨 독일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에도 거액을 투자해 그 돈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놓였다. 소프트뱅크와 와이어카드는 지난해 4월 대규모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자회사 중 한 곳이 전환사채 형식으로 9억 유로(약 1조225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와이어카드는 지난주 19억 유로의 자금이 실종된 것으로 드러나 주가가 이틀 새 약 80% 폭락했다. 와이어카드는 전날 “파악되지 않은 이들 자금이 필리핀 은행들에 보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필리핀 중앙은행은 “문제의 자금이 필리핀에 들어온 적도 없다”고 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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