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저가 염증약 덱사메타손, 코로나19 치료에 획기적”…정부 긴급승인

입력 2020-06-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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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사용했으면 최대 5000명 생명 구할 수 있었을 것”…정부, 20만회 분 비축

▲영국 정부가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승인한 덱사메타손.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에서 저렴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획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저가의 제네릭 스테로이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이 중증 코로나19 환자 사망률을 크게 낮춰준다는 시험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입원환자 중 2000명에게 소량의 덱사메타손을 투약하고 나서 이를 투약하지 않은 4000명 환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환자의 사망위험을 약 3분의 1, 산소치료만 받은 환자는 5분의 1 각각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인공호흡기 부착 환자 사망률은 40%에서 28%로, 산소치료를 환자는 25%에서 20%로 각각 낮아졌다. 연구진은 “덱사메타손이 지금까지는 사망률을 낮추는, 그것도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유일한 약물”이라며 “이는 중대한 돌파구”라고 역설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덱사메타손 효과는 오직 중증 환자에게만 나타나며 경증 환자에게는 치료 효과가 보이지 않았다”며 “여전히 이는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BBC는 코로나19 환자 20명 중 약 19명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회복하며 입원한 사람 중에서도 대부분은 또 회복하지만 일부는 산소치료나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중증으로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덱사메타손이 이런 고위험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증 환자의 사망위험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영국에서 코로나19 사태 초기 이 약품을 사용했다면 최대 50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험 결과에 고무된 영국 정부는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치료제로서 긴급 사용 승인했다.

영국 보건사회복지부(DHSC)는 성명에서 “이날부터 전국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통해 획기적인 코로나19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며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사망위험을 줄여줄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된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또 “정부는 이미 20만회 이상의 비축분이 있다”며 “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병행수출 리스트에 이 약을 등재했다”고 전했다. 이는 개인이나 기업이 약을 매점매석하거나 대량으로 수출하는 조치를 막기 위한 행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놀랍게도 우리의 과학적 업적을 축하하는 진정한 사례가 있다”며 “우리는 코로나19 2차 감염 확산에도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사용 승인을 받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는 환자의 회복기간을 단축시키는 능력만을 보여주고 있다.

덱사메타손은 이미 1960년대 초부터 류마티스 관절염과 천식 등 광범위한 질환 치료에 쓰였다. 영국 보건당국은 치료과정에서 비용은 5파운드(약 7600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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