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지도 바꾼 M&A]①삼성 이재용 부회장, ‘속전속결’ M&A 승부사로 귀환하나

입력 2020-06-1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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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불법 경영 승계 의혹 관련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다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결정이 내려지면서 국민의 참여로 기소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필두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술력을 가진 국내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물론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정리도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달에 한 건 M&A...2017년 이후에는 ‘개점휴업’= 10일 삼성 안팎에서는 영장 기각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이 2017년 2월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멈췄던 M&A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9일 영장 기각 뒤 낸 보고서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기업가치 향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중장기 경영 전략에 초점을 맞추며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M&A 시도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달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장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2014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공격적인 M&A를 진행해왔다. 실제로 2014년 상반기부터 2017년 2월 이 부회장의 구속 직전까지 삼성그룹은 약 30여 건에 달하는 딜을 추진했다. 사실상 매월 1건 이상의 M&A를 진행한 셈이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업체 프린터온(2014년) 인공지능(AI) 회사 비브랩스 등 기술력 있는 소규모 스타트업을 잇달아 인수하며 기술력을 모으는 이른바 속전속결 ‘스몰딜’을 주로 진행했다. 이중 가장 성공적 인수 사례로는 2015년 약 20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모바일 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가 꼽힌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을 일반 카드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특허기술을 가진 업체로, 삼성전자가 루프페이와 접촉한 뒤 인수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개월 남짓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에는 한국기업 사상 최대 금액인 80억 달러(약 9조3000억 원)를 투입해 미국의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기업인 하만을 인수하면서 스몰딜이라는 전략을 넘어 실용주의 M&A에 방점을 찍었다.

◇100조 원 가까이 장전된 총알...유력 업종은?=시장에서는 삼성의 M&A 행보가 올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현재 97조5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M&A활동 나설 가능성이 열린 상태다.

시장에서는 AI, 자동차 전장, 5G, 관련 기업이 인수후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18년 8월 이 부회장이 집중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업종과 연관이 돼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AI △5세대(5G) 통신 △바이오 △전장(電裝)부품 등을 지목하며 2021년까지 총 18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인수설이 돌았던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1위 회사인 ‘NXP’도 여전히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이 회사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로 한때 퀄컴이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었다.

시장에서는 공격적 기업 인수와 함께 선택과 집중에 따른 비주력 계열사 정리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방산·화학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 IB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돈 잘 버는 계열사를 왜 매각하냐는 우려는 있었지만 결국 이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의 선택 전략이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 “삼성증권과 웰스토리 등 기존 비핵심 계열사 매각설도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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