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찰이 밀어 다친 노인에 “설정 아니야?” 논란

입력 2020-06-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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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버펄로 거리에 마틴 구지노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경찰들이 지켜 보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음모론을 제기했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로 미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또다시 공분을 살 만한 영상이 공개됐다.

공개된 영상에는 지난 4일 뉴욕 버펄로에서 조지 플로이드 관련 항의 시위에 나선 마틴 구지노(75)의 모습이 담겨 있다. 길 위에 서 있던 그를 경찰이 밀쳤고, 구지노는 뒷머리를 땅에 세게 부딪히면서 쓰러졌다. 구지노의 귀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지만 옆에 있던 경찰 누구도 그를 돕기 위해 멈춰 서지 않았다.

영상 공개 뒤 경찰의 대응을 두고 여론이 들끓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정당화 될 수 없다는 데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수치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화를 자초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구지노가 밀쳐진 것보다 더 세게 넘어졌다”면서 “설정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구지노가 극좌 집단을 일컫는 ‘안티파’ 선동가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트윗 내용은 인터넷을 달궜고 야당은 물론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개탄이 쏟아졌다. 쿠오모 주지사는 트럼프를 겨냥해 “아무 증거 없이 구지노를 안티파로 몰아가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트럼프는 사과해야 한다. 전형적인 헐뜯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구지노의 귀에서 피가 나오는 것도 설정인가”라면서 “어떻게 이렇게 무분별하고 무책임할 수 있는가”라고 탄식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플로이드가 영면에 들기도 전에 나온 이야기”라면서 “나의 아버지는 권력 남용보다 더 큰 죄는 없다고 말해왔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비난에 가세했다. 미트 롬니 상원의원은 “안티파는 사실과 증거를 가지고 다뤄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어떤 것도 내놓은 게 없다”고 꼬집었다.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은 “하느님 맙소사”라고 놀란 뒤 “우리가 지금 불꽃에 부채질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구지노는 기후변화, 핵무기,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활동을 해 온 평화 시위자일 뿐 그가 안티파라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구지노를 다치게 한 버펄로 경찰 기동대응팀 소속 경관 2명은 무급 정직 처분을 받은 데 이어 2급 폭력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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