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보건연구원 질본에 두면 끝?…본질 비껴간 질병청 승격 논의

입력 2020-06-09 15:04수정 2020-06-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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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8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세종=김지영 기자)

국립보건연구원을 어떤 기관에 두느냐가 질병관리본부(질본) 청 승격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정부조직개편안에서 질본 산하 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옮기기로 한 데 대해 부처 이기주의란 비판이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청 승격의 본질과 질본 기능의 효율화에 대해선 논의가 사라진 지 오래다.

먼저 질본 승격의 핵심은 인사·예산·조직권 독립이다. 차관급인 질병관리본부장은 복지부 차관과 마찬가지로 6급 이하에 대해서만 인사권을 갖는다. 5급(사무관) 이상 국·과장급 인사권은 복지부 장관이 행사한다. 예산안 편성권도 복지부에 있다. 이런 질본이 청으로 승격되면 인사·예산·조직권이 복지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다. 정책 수립·정책에 있어선 결제라인이 사라진다.

두 번째는 조직 효율화다. 감염병 관련 국내 최고의 전문조직인 질본은 전문인력 비율이 높아 유사시 조직 역량을 집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조직 규모는 질본이 복지부보다 크지만,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 파견 규모는 복지부가 질본보다 큰 게 단적인 예다. 따라서 질본이 청 승격 이후에도 유사시 대응 역량을 유지하려면 행정인력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

단 평시에도 유사시 필요한 행정인력을 두면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과도하게 많은 비효율이 발생한다. 그 대안이 행정인력 충원을 최소화하되, 보건연구원 등 기능 일부를 떼어내는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위기시 대응할 수 있는 인력까지 평상시에 다 갖추고 있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질본의 역량만 가지고 위기에 대응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기능 분산의 기대 효과는 뚜렷하다. 질본은 감염병 관리 등 고유기능을 강화하면서, 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행정·집행력을 높일 수 있다. 기능을 나눠간 각 부처는 유사시 방역대응 주무부처가 돼 질본을 지원하게 된다. 특히 감염병 등 질병관리뿐 아니라 보건의료 전반으로 연구기능이 확대되는 보건연구원은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주무부처인 복지부로 옮겨지는 것이 보건연구원의 효율성과 질본의 전문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게 조직 안팎의 시각이다.

복지부가 인사적체 해소수단으로 보건연구원을 가져가려 한다는 외부의 비판에도 질본이 보건연구원 이관을 찬성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복지부 내에선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이 보건연구원 문제에 매몰된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조직이 독립돼도 유사시엔 복지부와 질본이 함께 대응할 수밖에 하는데, 지금 분위기는 질본을 승격하고 복지부 차관을 늘리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이라며 “이후에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지, 유사시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에 대해선 이야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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