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사망 시위에 미국 유력지 편집자 잇따라 경질

입력 2020-06-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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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베넷 뉴욕타임스(NYT) 칼럼 담당 편집자. AP연합뉴스
미국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후폭풍이 언론계에도 몰아치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 편집자들이 잇따라 자리에서 쫓겨났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임스 베넷 NYT 칼럼 담당 편집자가 안팎의 거센 비난에 못 이겨 이날 끝내 사임했다. NYT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미국인 1000명의 이름을 신문 1면에 실어 감동을 준 지 열흘 만에 나온 소식이다.

지난 3일 게재한 톰 카튼 공화당 상원의원의 칼럼이 화근이었다. 카튼 의원은 칼럼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사망한 데 항의하며 거리로 나온 일부 시위대가 약탈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들을 ‘폭도’라고 지칭했다. 또 “범법자들을 해산하고, 저지하려면 압도적인 힘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연방군을 투입하라고 촉구했다.

칼럼 게재 후 NYT 안팎에서 거센 비난이 일었다. 편집국과 보도국 직원들은 물론 NYT 경영진까지 카튼의 칼럼이 ‘안티파’의 역할 등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항의했다. 뉴욕 언론인 노조도 성명을 내고 “카튼 의원이 쓴 글은 증오를 조장하고 혼란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면서 “권력에 책임을 추궁해야 하는 언론이 근거 없는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까지 해당 칼럼에 대한 항의에 서명한 직원만 800명을 넘어섰다.

내부의 거센 반발에 베넷은 5일 열린 화상 회의에서 “해당 칼럼은 게재되지 말았어야 하며 편집에 신중하지 못했다”고 직접 사과까지 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급기야 아서 설즈버거 NYT 발행인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지난주 신문 편집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는 제임스가 팀을 이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제임스 베넷 칼럼 담당 편집자가 사임했다”고 전했다.

2016년 칼럼 면 편집을 맡은 베넷은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봄에는 국제판 사설 면에 반유대주의 만평을 실었다가 NYT가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1년 역사를 자랑하는 필라델피아 지역일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스탠 비시노브시크 편집장도 전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난 2일자 신문에 실린 흑인 사망 항의 시위로 지역 건물과 사회 기반시설이 훼손됐다는 내용의 칼럼에 ‘건물도 소중하다’는 제목을 달았다가 비난에 시달렸다. 흑인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내건 구호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를 비꼬았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신문은 사과문까지 내고 “상당히 모욕적인 제목을 썼다”고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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