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 에스퍼 美국방장관 “군 동원 반대” 소신 발언…트럼프에 반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3월 18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자처해 “법 집행에 있어 군을 동원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며, 매우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의 상황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는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들이 주 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군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공개적으로 이에 반기를 든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찰을 피하는 ‘충성파’로 간주되어 온 에스퍼 장관이 사실상 항명으로 볼 수 있는 행보를 보인 것은 크게 놀라운 점이다. 에스퍼 장관의 파격적인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3명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의 이날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에스퍼 장관이 직을 유지할지 의문이 제기돼 왔는데, 오늘 발언으로 낙마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번 시위가 촉발하게 된 원인인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인 체포에 의한 흑인 남성 사망과 관련, “끔찍한 범죄”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인종주의는 미국에 실재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뿌리 뽑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는데도 백인 경찰관이 무릎으로 목을 눌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 일부 지역에서는 약탈과 방화를 동반한 폭동과 폭력 시위가 일었다.

한편 이날 브리핑에서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 기념샷’ 논란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평화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백악관 앞에 있는 교회를 찾아 에스퍼 장관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과 카메라 앞에 섰다가 비난을 받았다. 함께 교회에 가게 될 것은 알았지만, 사진 촬영을 할 줄은 몰랐다는 설명이다. 이는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듯한 태도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