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發 ‘전세 품귀’… 서울 전세난 '째깍 째깍'

입력 2020-06-0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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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대단지 입주 마무리…서울 지난주 전세수급지수 160.5 '껑충'

서울지역 전셋값 상승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서울 전세 물량 공급에서 한 축을 맡았던 강동구 대단지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지역 전세수급지수는 160.5다. 2016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전세수급지수는 높으면 높을수록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전셋값도 지난해 7월부터 44주째 내리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7월 4억3062만 원이었던 서울지역 중위 전셋값은 지난달 4억5447만 원으로 6% 올랐다. 1순위 청약 거주 기간 요건 강화에 따른 대기 수요 증가, 계약 갱신 청구권제ㆍ전월세 상한제 등 주택 임대차시장 규제 도입 움직임이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거시적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시장에선 여기에 더해 강동구 고덕동 일대 대단지 아파트들이 전세 품귀 현상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들 단지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가뜩이나 귀했던 전세 물량이 더 빠르게 줄고 있어서다.

지난해 강동구는 서울에서 신축 아파트 공급량이 가장 많았던 지역이었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만 명일동 '래미안 솔베뉴(1900가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4932가구)', 상일동'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1745가구)'ㆍ'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등 네 곳이 입주자를 맞았다. 올해도 대단지인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총 4066가구)이 입주했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강동구 대단지 아파트 입주 행렬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마지막 대단지인 아르테온도 지난달 기준 90% 가까운 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각 가구가 주인이나 세입자를 찾은 만큼 전세 공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셋값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아르테온 전용면적 84㎡형은 6억5000만 원~7억 원대에 전셋값이 형성돼 있다. '로얄층'이라 불리는 인기 층에선 7억5000만 원까지 나간다. 지난달 초까지 해도 이 아파트에선 5억 원대에도 전용 84㎡형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다.

상일동에서 한영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안태수 대표는 "학군을 보고 고덕ㆍ상일동 일대에 전셋집을 얻으려는 사람은 꾸준한데 물건이 확 줄었다"며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전셋값도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상일동 S공인 관계자도 "집을 조금 비워둬도 시세가 오를 것이란 생각에 전세 호가를 낮추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입주장이 끝났으니 일정 수준 이상은 꾸준히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은 앞서 입주를 마친 단지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덕 그라시움 전용 59㎡형 전셋값은 6억 원까지 올랐다. 입주를 시작했던 지난해 9월만 해도 이 아파트에선 3억 원 후반대~4억 원 초반대 사이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는 일이 많았다. 래미안 솔배뉴에서도 전세 시세가 1년 만에 6억4000만 원에서 7억2000만 원까지 뛰었다.

그간 강동구 대단지 전셋집은 강남권 입성을 노리는 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신축 아파트이면서도 강남 도심과 가깝고 명문 학군(배재고ㆍ한영고ㆍ한영외고 등)과 풍부한 녹지를 갖추고 있어서다.

이 같은 이유로 강동구발(發) 전세 품귀 현상은 서울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큰 대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마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헬리오시티가 2018년 말 입주를 시작하자 전세 공급 과잉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정작 이듬해 4월께 입주가 마무리되자 주변 지역에서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연초부터 하락을 겪었던 서울지역 전셋값도 이 때를 즈음해 보합세로 전환했다.

여경희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대단지 입주 때문에 그동안 가격이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내년부터는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전세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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