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런정페이 회장 딸 석방 실패...미·중 갈등 작용한 듯

입력 2020-05-28 11:07수정 2020-05-2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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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의 런정페이 회장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으로의 신병 인도를 둘러싼 재판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았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다시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내려진 판결이어서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27일(현지시간) 미국으로의 신병 인도를 둘러싼 재판을 위해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주 대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밴쿠버에서 거의 1년 반동안 가택 연금 상태에 있던 멍 부회장은 이날 발목에 전자발찌를 차고 나타났다. 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은 멍 부회장의 미국으로의 신병 인도를 둘러싼 재판에서 멍 측의 주장을 배척하는 판결을 내렸다. 거의 1년 반 동안 밴쿠버에서 가택 연금됐던 멍 부회장은 이날 발목에 전자 발찌를 차고 변호인단의 호위를 받으며 법원에 들어섰다.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 은행 사기 등을 통해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에서 구속됐다. 이후 미국은 캐나다 당국에 멍 부회장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멍 부회장 측은 캐나다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발동하지 않은 이상 구속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고, 또 신병 인도의 근거가 되는 행위가 청구국(미국), 피청구국(캐나다) 양국에서 범죄로 간주되는 ‘쌍벌성(이중범죄)’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의 헤더 홈즈 판사는 “쌍벌성 요건이 충족된다”며 멍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다음, “피고의 주장을 인정할 경우 송환에 관한 국제의무의 수행을 현저히 제한하게 될 것”이라며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에 따라 멍 피고의 송환을 둘러싼 재판은 앞으로 2심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공판은 6월에서 9월 하순이나 10월 초순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멍 피고 구속 중 캐나다 당국이 법률을 준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화웨이는 트위터를 통해 “판결에 실망했다”면서도 “결국 캐나다 사법제도에 의해 멍 부회장의 무죄가 입증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캐나다는 한심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며 “중·미 대립의 불똥을 뒤집어 쓰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있는 중국대사관도 판결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미국 법무부는 “캐나다 법무부가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했다”며 캐나다의 계속적인 지원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업체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중국 간 무역전쟁의 시발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12월 멍 부회장이 체포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를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카드’ 중 하나로 삼았다. 멍 부회장의 사건에 자신이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가 하면, 미·중 무역협상에서 화웨이 문제가 포함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정조준, 미국과의 수출 거래 제한 목록인 일명 ‘블랙리스트’에 화웨이와 계열사들을 올리고, 이들 기업 제품을 쓰는 기업들은 미국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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