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사실상 중국 기업 상장 금지 법안 통과

입력 2020-05-2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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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정부 통제 하에 있지 않다는 것 증명해야…회계 투명성도 요구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 감사를 받지 않는 상장자. 중국·홍콩 기업:213개사/ 벨기에 소재 기업:11개사. 출처 블룸버그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압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물론 의회도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새 행동에 나서 양국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미국 상원은 20일(현지시간) 자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을 상장 폐지시킬 근거가 될 법안을 가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상원은 공화당 소속의 존 케네디 의원과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런 의원이 지난해 초당파적으로 제안한 ‘외국기업 보유 책임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기업이 외국 정부의 통제 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만일 기업이 이를 입증하지 못하거나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 감사를 3년 연속 거부하면 해당 기업은 상장 폐지된다.

미국 증시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과 중국 1위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 텐센트의 음악사업 자회사인 텐센트뮤직 등 중국 유명 기업이 다수 상장된 상태다. 이들 기업이 중국 공산당 영향 하에 있지 않다는 것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또 상원은 현안이었던 중국 기업의 재무 불투명성 문제에 대해서도 메스를 대려 한다. PCAOB는 그동안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해 회계 감사를 실시하려 했으나 중국 정부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SEC의 감독을 받는 PCAOB는 사상 최악의 파산 중 하나였던 엔론 스캔들에 대한 반성으로 2002년 발족한 기관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PCAOB가 현재 회계 감사할 수 없는 기업 중 약 95%가 중국과 홍콩 기업이다.

중국 유력 기업 대부분이 공산당이나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 기관이 자국 기업을 감사하는 것을 주권침해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이날 통과된 법안은 사실상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틀어막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을 발의한 케네디 의원은 “새로운 냉전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중국이 규칙에 따라 행동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밴 홀런 의원도 성명에서 “중국 기업은 오랫동안 미국의 상장사 규정을 무시하고 투자자들을 오도하는 정보를 내왔다”며 “상장사들은 모두 동일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이 법안은 경기장을 더 평평하게 하고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투명한 정보를 얻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양당 모두의 압도적인 지지로 법안이 통과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하원 동료들도 신속히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직 하원에서 관련 법안 표결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브래드 셔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이 해당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동일법안을 이날 제출해 조만간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 나스닥거래소도 전날 회계 조작 스캔들을 일으켰던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린 루이싱커피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통보했다. 나스닥은 최근 기업공개(IPO) 자격 요건을 강화해 사실상 중국 기업의 상장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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