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 집권 2기 취임식서 ‘일국양제’ 거부 천명

입력 2020-05-20 15:22수정 2020-05-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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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평화적이고 민주적이며 대등한 대화에 응해야”…코로나19 방역 성공에 지지율 61%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현지시간) 타이베이에서 집권 2기 취임식 연설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의 집권 2기가 시작됐다.

차이잉원 총통은 20일 타이베이빈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중국이 내세우는 ‘일국양제’ 거부를 천명하는 한편 양안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찾을 것을 호소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중국이 일국양제를 앞세워 대만해협의 현 상태를 파괴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분명한 우리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이 총통은 중국이 대만 민주주의 정부와 공존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양안 관계는 역사적 전환점에 이르렀다”며 “양측은 서로에 대한 적대심과 불화가 커지는 것을 피하고 장기적으로 공존할 길을 찾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측이 평화적이고 민주적이며 대등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차이 총통은 한편으로 “현행 헌법이나 양안 관계에 관한 법률과 규정은 유지한다”고 언급해 대만 독립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여전히 차이 총통이 취임사에서 ‘중국 본토와 대만이 하나의 나라에 속한다’는 일국양제 원칙을 인정하지 않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요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도 양안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만 양안정책협회의 스티븐 탄 대변인은 “미·중 관계가 긴장된 채로 있는 한 양안 관계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단지 대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도발하지 않아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독립 지향적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에 가장 도움이 된 것도 중국이었다. 지난해 홍콩에서 벌어진 민주주의 시위를 탄압하자 대만 현지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일면서 차이 총통 지지율이 급등, 결국 재선에까지 이른 것이다.

아울러 차이 총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해 취임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로 집권 2기를 시작하게 됐다. 대만 TVBS방송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 지지율은 61%로, 2016년 5월 1기 취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대만은 차이 총통의 코로나19 대책이 주효, 전날까지 12일 연속으로 신규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으며 누적 확진자 수도 440명에 그쳤다.

중국의 압력에 대만은 18~19일 열렸던 세계보건기구(WHO)의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에 옵서버 자격으로도 참가하지 못했다. 그만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심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미국과의 탄탄한 관계, 코로나19 방역 성공 노하우 공유 등을 바탕으로 고립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생활에서 산업, 국제 정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대만에는 시련과 동시에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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