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유동성 확보 기조에...올해 하반기 M&A 시장은 찬바람”

입력 2020-05-1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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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회계법인)

“대기업, 유동성 확보 기조에...올해 하반기 M&A 시장은 찬바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수’ 주체였던 국내 대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 주체로 바뀌면서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데 따른 흐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13일 유상수<사진> PwC삼일회계법인 거래자문(CF) 리더 “코로나19라는 돌발악재에 올해 1분기는 지난해와는 다르게 대기업 중심의 유동성 확보 기조 강화되면서 M&A 거래 규모는 급격히 감소했다”면서 “1분기 국내 M&A거래규모는 글로벌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대비 36%, 국내 기준으로는 51% 급감한 3조 원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2분기에 거래 마무리가 예상됐던 크고 작은 딜들이 무산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추진하던 58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미국 호텔 15곳 인수가 취소됐고, 지난달 자금 조달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유 CF리더는 M&A 거래 규모 급감의 원인으로 대기업의 ‘태세 전환’을 지목했다. 그는 “급격한 위기 상황으로 인해 기업들은 사업계획 전면 수정 등 비상경영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공격적인 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사업을 추진하던 대기업 그룹도 올해 관련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진행하던 M&A도 연기, 중단하는 등 투자보다는 유동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2020년 2분기 이후 M&A 거래 감소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요 M&A 매수 주체로 판단되던 대기업 그룹이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주요 매도 주체로서 역할을 할 것 예상되면서 하반기 M&A 시장 흐름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하반기 두산, 대한항공 등 사업 악화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그룹사 중심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목적의 M&A가 예고된 상황이다.

여기에 당장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는 않더라도 사업의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비핵심 자산,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와 함께 코로나 시대 이후 시장 대응을 위한 ‘선택과 집중’의 M&A를 검토 중인 대기업 그룹 또한 여럿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유동성 확보 기조로 돌아서면서 M&A 시장에서 사모펀드(PEF)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 CF리더는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한 일부 대형 사모펀드 주도의 알짜매물에 대한 M&A는 제한적으로 활발하게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최근 대기업 그룹의 비핵심 사업부 매각 등 다수의 딜에서 거래 상대로서 M&A가 이루어졌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PEF의 출자약정액은 84조 원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 CF리더는 “일부 대형 PEF들의 경우는 드라이 파우더(블라인드 펀드 내 미소진 금액)가 여전히 수조 원대 달해 이를 소진하기 위해서라도 가성비 좋은 매물에 자금력을 집중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5000억 원 이하의 미들마켓에서는 증가하는 시장 매물에 비해 중견, 중소 PEF 또한 프로젝트펀드 구성의 어려움으로 인해 감소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은 하반기에도 유지돼 대형 PEF와 중견, 중소 PEF 간의 투자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 따라 중견, 중소 국내 경제의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인 중견, 중소기업 창업주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대내외적 경영환경 악화 등으로 인해 실적 악화를 겪는 동시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최악의 경영 환경을 대면했기 때문이다. 유 CF리더는 “사업 환경의 악화, 경영 어려움 증가, 가업 승계 난이도 증가로 M&A를 고려하는 창업주도 과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대기업 중심의 유동성 확보 기조 및 시장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해 중견, 중소기업 중심의 미들마켓은 중소 사모펀드의 투자 자금 확보 이슈와 함께 경직될 것으로 판단돼 중견, 중소기업 창업주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편 코로나 사태 이후 생산 거점을 재조정하려는 M&A 움직임이 하반기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 CF리더는 “코로나 19사태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이슈를 경험한 기업들 중심으로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 또는 ‘차이나엑시트’ 전략을 고민 중인 기업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최근 품질, 유연함을 겸비한 최적비용 국가(Best Cost Countries)로의 생산 거점의 전환에 대해 높은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중국 내 생산 거점을 보유한 기업들의 차이나 엑시트 및 생산 거점 재조정, 국내 복귀 등으로 인한 M&A 시장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조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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