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창석의 부동산 나침반] 분양권 전매 금지와 시장의 역습

입력 2020-05-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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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오는 8월부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및 성장관리권역과 지방광역시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에 대해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다. 이미 조정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는 것이다. 분양 후 6개월이 지나면 분양권을 되팔 수 있던 비규제지역에서 늘어나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분양권 전매 금지는 청약시장 과열이 투기 수요 때문이라 보고 실수요자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로 인해 투기성 청약이 줄어들고 실수요자의 당첨 확률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분양권 전매 금지가 투자자의 청약을 다소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분양 물량 감소를 초래해 집값 상승을 오히려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이번 분양권 전매 금지 조치는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의 모든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오는 8월 이후부터 입주자모집승인을 받는 물량부터 전매가 금지되는 것이며, 그 이전에 분양받은 물량은 횟수와 상관없이 전매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기존 분양권은 이른바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을 띄게 되어 오히려 분양권 가격이 더욱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6년 12월부터 강남4구의 분양권이 전매 금지되었고 2017년 6월에는 서울 전역으로 전매금지가 확대됐다. 그러나 서울의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이후 오히려 거래 가능한 분양권은 가격이 더욱 급등했고, 최근에는 거의 10억 원에 가까운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된 곳도 등장했다.

최근 분양권이 각광받는 이유는 공급 부족에 따른 새 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되고, 양도세 중과에 따른 세금 폭탄 때문에 거래 가능한 매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매를 금지하면 분양권 매물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새 아파트의 희소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새 아파트 희소성이 부각되면 이미 입주한 새 아파트 뿐 아니라 현재 짓고 있는 재개발이나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입주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자연보전권역이면서 교통이 편리한 지역은 수혜를 볼 수 있고, 성장관리권역이면서 비교적 교통이 불편한 곳은 앞으로 분양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지난 11일 잔여물량을 분양한 송도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는 분양권 전매 금지 소식이 들리자 수많은 '줍줍' 청약자가 몰려들면서 무려 2만8000대 1이라는 사상 초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의 분양가가 7억 원 대이므로 싸지 않은 분양가인데도 엄청난 수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지난 2006년 아파트값 급등장에 나온 분양권 전매 제한 확대 조치와 마찬가지로 이번 조치는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파트를 대체하면서도 전매 제한에 걸리지 않는 아파텔(주거형 오피스텔)의 공급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는 8월부터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분양권 전매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전까지 분양권 6개월 전매의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늘어나 오히려 비규제지역의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년여 간의 전세시장 안정기를 지나 입주 물량 부족으로 올해부터 전세난까지 겹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코로나발(發) 시중 유동성 공급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하반기 집값 안정에 적신호가 켜졌다.

얼마 전 공공이 주도하는 서울의 정비사업 활성화 대책이 나왔지만 향후 얼마나 민간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이다. 새로운 규제가 나오면 나올수록 당분간 민간시장의 공급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나마 실수요자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3기 신도시가 하루 빨리 공급되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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