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3월 전일제 취업자 7.6%↓…코로나19 타격 정부 발표보다 커"

입력 2020-05-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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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필적할 위기…과감한 민생지원 필요"

고용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받은 타격이 정부의 발표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취업자수 감소는 1997년 외환위기에 필적할 만한 수준으로, 더욱 과감한 정부의 민생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6일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팀에게 의뢰한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 추정 및 분석’ 연구 결과 고용동향 통계의 원자료인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재가공해 전일제 환산(FTE) 방식의 취업자 규모를 구해본 결과, 3월 FTE 취업자 증가율은 전년 동월에 비해 7.6%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FTE 취업자 수는 한 주에 40시간 풀타임으로 일한 사람을 전일제 환산 1명(1FTE)으로 산정해 20시간 일하면 전일제 환산 0.5명(0.5FTE), 60시간 일하면 전일제 환산 1.5명(1.5FTE)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3월달 전반적인 고용 상황은 통계청 고용통계에서보다 FTE 통계에서 훨씬 부정적으로 나타나났다. 지난달 17일 통계청 고용동향의 경우 3월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0.7%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반면 FTE 취업자 수는 이에 비해 10배 이상 가파른 감소율을 보였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코로나19가 고용동향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이 외환위기 당시(-7.0%)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도 나왔다. 비록 취업자 수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으나, 이 근로자들에게 실제로 맡겨지는 일의 양은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속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 같은 FTE 방식 고용통계 집계 결과는 지금보다 더욱 과감한 민생 지원 대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며 “FTE 방식 통계와 통계청 통계의 이 같은 괴리는 경제 충격에 대한 일시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위주의 대응이 일단은 대량 실업 발생을 피하는 완충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직종은 대면 서비스직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과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로 소비자들이 외출과 외식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된 탓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3월 취업자 수의 전년 동월비 감소율도 △도매 및 소매업 -4.6% △숙박 및 음식점업 -4.9% △교육 서비스업 -5.4% 순으로 컸다.

FTE 취업자 수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FTE 취업자 수의 감소율은 △도매 및 소매업 -11.2% △숙박 및 음식점업 -14.6% △교육 서비스업 -24.9%로 통계청 통계보다 2배, 많게는 4배 이상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통계에서는 취업자가 증가했다고 발표됐지만 FTE 취업자 수는 감소한 업종도 존재했다.

통계청 발표에서 3월 취업자 증가율(전년 동월비)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3.7%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 2.0% △운수 및 창고업 5.0%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1.5%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해당 업종들의 FTE 취업자 수 추이를 보면 3월 기준 전년비 증감율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3.9%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 -16.8% △운수 및 창고업 -5.4%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4.3% 등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의료 수요와 정부 일자리 정책으로, 운수·창고업은 외출 자제에 따른 택배 등 물류서비스 이용 증가로 다른 업종에 비해 피해가 적은 것으로 파악된 것과는 상반된 결과이다. 운수 및 창고업의 경우 이 업종에 항공업 종사자들이 포함돼 있는데, 최근 항공업계에서 대규모 일시휴직 바람이 불었던 것이 FTE 방식 통계에는 반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FTE 기준으로 봤을 때는 기존의 통계청 고용통계로 봤을 때에 비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실질적 일자리가 훨씬 더 심각하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며 “정부가 서비스업종 근로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할 때는 통계청 방식 뿐 아니라 이 FTE 방식 통계에서 나타난 피해 규모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자 일자리 역시 통계청 통계는 증가세를 보였으나 FTE 기준으로는 감소세를 보였다. 통계청 자료는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7.4% 늘어났다고 발표했으나, FTE 취업자는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번 위기에서 우리 사회가 대규모 해고보다 무급휴직·근로시간 단축 등의 대응을 하며 실업자를 양산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았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FTE 취업자 수는 IMF 위기 당시만큼 감소했지만, 머릿수 자체가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대규모의 실업이 발생하는 것을 일시적으로나마 막아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항공업계에서 보여지듯, 경제 충격 초기에 기업들이 대량 해고보다는 일단 무급휴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에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교수는 “FTE 통계를 통해 정부는 우리나라 고용시장에 미친 실질적인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며 “단기적 대응으로서 근로시간 단축을 대량 해고에 대한 대안적 관리방안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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