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 바이러스 확산 상황이 사실상 종식 단계에 접어들자 학교들이 속속 수업을 재개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돌아간 학교는 더는 예전에 친구들과 공부하고 밥 먹고 놀던 곳이 아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일제히 온라인 수업에 돌입했던 중국 학교들이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이에 중국의 2억6000만 학생들이 오랜만에 등교를 시작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이다보니 친구들을 알아보기 힘들다. 책상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다.
떠들썩하던 점심시간도 적막이 흐른다. 항저우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점심시간은 하루 중 가장 달콤한 휴식시간이었는데 지금은 다 떨어져 앉아서 오로지 식사에만 집중한다. 구내식당은 죽은 듯 고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학교 수업 재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회복 관점에서 중대한 잣대로 평가된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학교들이 잠정적으로 수업을 재개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약 13억 명의 학생들이 등교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학교 수업 재개는 가장 큰 규모의 학생들이 학교로 복귀하는 사례다.
중국은 2월 중순 감염병 확산이 정점에 이른 후 재확산 움직임을 경계하는 가운데 확진자가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가 수업을 재개했다. 상하이와 베이징이 뒤따라 학교 문을 다시 열었고 우한 지역 학교들도 내달 6일 문을 열 예정이다.
문을 다시 연 학교들은 조사관들의 검사를 받아야 했다. 교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재배치했다.
일부 학교는 일정을 조정해 공간 확보에 나섰고 출근 시간과 겹치지 않도록 등교시간도 8시에서 9시 반으로 연기했다. 부모들도 정문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아이들을 내려줘야 한다. 심지어 교사들도 아이들과 거리두기를 해야한다.
수업도 예전같지 않다. 마스크를 낀 학생들이 가득찬 교실에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어렵다. 쉬는 시간 및 체육 시간에도 학생들이 거리두기를 하는지 감독이 필요하다. 점심시간은 특히 감염에 취약해 후난에 있는 한 학교는 체육관을 식당으로 개조해 책상을 1.8미터씩 떨어뜨려놨다.
블룸버그는 다시 문을 연 중국 학교의 실상은 감염병이 가라앉은 후에도 일상생활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매일 4번의 체온 검사가 이뤄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시행되면서 ‘사회화’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선전에 있는 석구국제학교 책임자인 그레그 스미스는 “학생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친구들과의 만남과 대화일텐데 이는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학교가 예전보다 더 통제된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건 당국 및 학교 관계자들 모두 이 같은 조치가 완벽하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 때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이 같은 ‘비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빨리 끝나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