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 전두환 13개월 만에 법정 출석…5·18 헬기 사격 입증 쟁점

입력 2020-04-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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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동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년여 만에 법정에 나와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 씨는 27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네 번째 공판에 출석해 "만약 헬기 사격을 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무모한 행위를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씨는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2018년 5월 3일 기소됐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숨진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야 성립한다. 이에 따라 1980년 5월 18일 당시 헬기 사격의 진위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됐다. 전 씨의 주장처럼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명예훼손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 사건의 1차 공판은 2018년 8월 27일 시작됐다. 그러나 전 씨가 법원 관할 이전 신청을 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재판부에 항고와 기일 변경 신청을 하는 등 수차례 지연되면서 1차 공판 이후 1년 8개월 만에 4차 공판이 진행됐다.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법원 정기 인사와 총선 출마로 재판장도 두 차례나 바뀌었다. 이전 재판부는 올해 2월까지 증인신문을 모두 마치고 주요 증거 조사는 기일을 따로 잡는 방식으로 재판이 지연되는 것을 막겠다고 했으나 재판장이 총선에 출마로 사퇴하면서 재판이 재차 미뤄졌다.

지난해 3월 구인장이 발부되면서 전 씨는 "이거 왜 이래"라는 말을 남기고 3차 공판에 출석했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지만, 헬기 사격 관련 증인들의 증언을 듣는 데만 1년이 걸렸다.

현재까지 헬기 사격과 관련된 증거는 전일빌딩에 남아있는 탄흔이 '헬기에서 발사된 총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뿐이다.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검찰 측 증인과 그런 사실이 없다는 변호인 측 증인이 계속 증인으로 출석해 상반된 증언을 하는 상태다.

전 씨 측 변호인은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주장에서 "헬기 사격이 진실이더라도 전 씨가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부정한 것은 표현의 자유 영역이다"는 새로운 쟁점도 내세우고 있다. 또 전 씨가 이를 모른 체하고 조 신부를 '거짓말쟁이'로 지칭한 것에는 고의성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전 씨는 이날 재판이 길어지자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떨구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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