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권리’ 외면 여전...의결권 포기하는 자산운용사

입력 2020-04-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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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가 자본시장법상 의무 사항인 의결권 행사에 여전히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권리를 아예 포기하거나 거수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114사(전체 257사 중 44.35%)가 올해 1019개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다. 반대 의견은 전체 안건 10241건 중 373건(3.64%)에 불과했다. 운용사 중 ‘반대’ 의사를 한번이라도 표한 곳은 25개사(9.7%)에 불과했다.

자본시장법과 한국거래소 공시규정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집합투자업자)는 자신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편입돼 있는 종목들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매년 4월 30일까지 지난 1년 간 주주총회에서 행사한 의결권 내용의 의무 공시를 규정하고 있다. 권리를 위탁한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지난해 링크자산운용, 도터스자산운용 등이 의결권 불성실 공시로 경고를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관변경이나 임원 선임 등은 투자자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기 때문에 의결권을 위탁받은 자산운용사는 충실하고 신중하게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배당확대 등 주주제안이 활발해지면서 운용업계도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대표적인 곳은 KB자산운용으로 전체 의안 1102건 중 64건(5.80%)에 대해 반대했다.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62건), 우리자산운용(62건), 메리츠자산운용(35곳), 유리자산운용(24건),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20건) 등이 구체적인 사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메리츠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등 5사는 SK텔레콤의 ‘김용학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특수관계법인인 연세대학교 총장으로 근무한 이력 있다”, “독립성 우려가 있다”, “SK그룹 지배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이사장으로 재임 중인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이사로 활동 중”이라며 반대했다. 반면 나머지 9사는 “주주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며 일괄 찬성했다.

SK하이닉스의 ‘제8~9호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에 대해서는 28개사 중 KB자산운용과 대신자산운용, BNK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 등 9개사만이 반대했다. 이들은 “경영 성과와 무관하게 행사하는 고정부 주식매수 선택권은 문제가 있다”, “매수선택권을 부여받는 임원의 기여도를 평가할 자료가 부족하다”, “기업가치 성장과 무관하다” 등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했다.

의결권 자체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공시한 경우도 55개사에 달했다. 주로 중소형 운용사들은 “우리의 의결권 행사 여부가 주주총회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행사를 포기했다. 안다자산운용, 토터스자산운용, 파레토자산운용, 파란자산운용 등이다.

한편 운용사들이 다양한 안건에 대해 구체적인 의사와 의견을 개진한 사례가 증가한 점은 고무적이다. 이전에는 ‘결격 사유 없음’이 찬성 사유의 전부였다면 올해의 경우 자체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후보자 약력이나 규정에 따른 결정이었음’을 설명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비율은 저조한 편이지만 최근 반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정관변경과 임원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소수를 제외하면 여전히 형식적인 수준에서 의결권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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