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보다 고용유지”...글로벌 기관투자자들, 투자 기준 달라졌다

입력 2020-04-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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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기업 판단 잣대를 바꿔놨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글로벌 실업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이 투자기업에 배당보다 고용 유지를 강조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기관투자자 단체인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는 최근 기업에 보낸 서한에서 직원의 해고를 피하고 고용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1995년 발족한 비영리단체인 ICGN은 세계 45개국 연기금 및 자산운용사들로 이뤄졌으며 운용 자산만 54조 달러(약 6경6636조 원)에 달한다. ICGN은 투자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규범 등 가이드라인을 회원사에 제시하고 회원사는 이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투자 결정을 내린다.

ICGN은 서한에서 기업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직원의 안전과 복지’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기업은 배당금 지급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다. 직원 안전과 복지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면서 배당보다 직원 고용을 우선하라고 강조했다. 배당과 임원 보수는 직원과 고객을 배려하고 나서 해야 한다며 배당 감소를 용인하겠다는 자세를 내보인 것이다.

실제 운용자산이 623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기업 평가 기준에 직원과 거래처 지원 및 감염 방지 노력을 포함했다.

제약사에 코로나19 대응 협력을 주문한 기관 투자자들도 등장했다. 네덜란드 연기금 등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공동 명의로 제약사에 “의료기기 등 공급망 유지에 협력하고 데이터를 공유하며 연구개발을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피델리티인터내셔널도 별도로 제약사에 신종 코로나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다. 당시 기업들은 근로자 해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배당을 늘렸는데 기관투자자들은 이에 침묵했다. 그러나 이 방식이 단기적인 이익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지언정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단기 이익 추구보다 근본적인 사회문제 해결이 장기적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으로 주주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도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설명해준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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