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 도입 공식화한 중기부, 찬반 팽팽

입력 2020-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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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투자 신뢰도 오히려 낮출 것” 시민사회 단체 반대

정부가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토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총선 뒤 국회와 협의해 관련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환영하는 벤처기업계와 반대하는 시민사회 단체들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15일 중기부에 따르면 정부는 총선 뒤 21대 국회 원구성이 되면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차등의결권은 ‘1주 1의결권’ 원칙에 예외를 인정해 특정 주식에 다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벤처기업가들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수단으로 벤처업계에서는 꾸준히 도입을 요구해 왔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때만 해도 차등의결권도입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취임 뒤 차등의결권 도입으로 입장을 선회했고, 이달 ‘K-유니콘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추진을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벤처 4대강국 실현하겠다며 21대 총선 제2호 공약으로 ‘차등의결권 허용’을 내걸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정부 입법이 될지 의원 입법이 될지 결정되진 않았다”며 “스타트업계와 시민사회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21대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계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줄곧 주장해온 만큼 환영하는 입장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벤처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등 안정적으로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이 꼭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기업) 단계까지만 가도 창업자 지분이 10% 내외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다 보니 투자를 받아 성장하는 게 기본인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자의 지분 희석 문제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국가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 연구위원은 재벌의 경영권세습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수 주주 보호를 위해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및 발행 시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주주의 자격을 창업자 및 경영성과를 보일 수 있는 현직 이사에 재직할 것을 조건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복수의결권주식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몰 규정 도입, 복수의결권주식의 의결권 수 상한을 설정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차등의결권 도입의 폐해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재벌 3·4세들이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기업 가치를 키운 뒤 지주회사와 합병하면서 그룹 전체를 세습하는 수단으로 차등의결권이 쓰일 것이라는 우려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국내에 벤처기업의 적대적 M&A 사례는 거의 없다”며 “투자 유치 시 주주간 계약서 등으로 충분히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권 국장은 장기적으로 차등의결권 도입이 오히려 한국의 벤처 투자 신뢰도를 저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벤처 창업주에 과도한 의결권이 있으면 투자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투자를 꺼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벤처기업에 한정한다 해도 향후 확대 적용돼 남용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벤처기업에만 한해 개정법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시행령을 만들면서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며 “시행령이 법을 압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재벌의 경영권 세습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중소 벤처기업 지원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이어 “중소기업 키우려면 시장 투명화에 방점 찍고, 재기 지원 등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는 차등의결권 도입과 관련해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의원 등이 발의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올라와 있다. 이중 김관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차등의결권 발행 조건으로 ‘주주총회에서 총주주의 동의로 결의할 것’을 전제로 한다. 이 간사는 “최선은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나마 김관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차등의결권 발행을 어렵게 해 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총주주의 동의’라는 전제가 너무 까다로운 설정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기업의 정관 개정 요건도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 의결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관이 기업의 헌법인 만큼 정관 개정 요건 정도가 적절할 것 같다”며 “이 같은 부분이 보완돼 시행령 과정에서 다듬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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