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공업계 고사 직전인데...60조원 정부 지원금 아직도 제자리

입력 2020-04-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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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이 한산하다. 캘리포니아/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항공업계가 보조금 지급을 두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지급됐어야 할 정부 지원금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정부와 의회가 고사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에 500억 달러(약 60조6000억 원)를 공급하는 지원안을 통과시켰지만 2주째 제자리걸음이다. 500억 달러 지원 패키지 중 250억 달러의 보조금 지급안을 두고 미 주요 항공업계와 정부가 이견을 보이면서다.

기존 의회 승인안은 500억 달러 가운데 절반은 보조금, 절반은 대출 지원 명목이었다. 그러나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11일 대형 항공업계 경영진에게 보조금 지급 조건을 일부 변경한다고 알렸다. 250억 달러의 보조금 중 30%는 5년 내 갚아야 하는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고, 또 정부가 저금리 대출금의 10% 비율로 주식연계증권을 받겠다는 것이다. 다만, 급여 지원 명목으로 1억 달러 이하를 받는 중소 항공사들은 이 같은 대출이나 주식으로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

므누신 장관이 요구하는 주식연계증권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교환사채(EW)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설명했다. 돈을 빌려주고 만기가 되면 미리 약정한 가격에 주식을 사거나 교환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나중에 항공사 주가가 현재보다 오르게 되면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거두게 된다. 또 정부가 주요 항공업계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므누신 장관은 의회가 슈퍼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키기 전부터 이번 지원안은 항공업계 ‘구제안’이 아닌 ‘여신’이며, 항공업계는 모든 납세자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대형 항공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보조금이 애초 오는 9월 말까지 6개월간 직원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지급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원금 조건을 두고 재무부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재무부도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브렌트 매킨토시 재무부 국제담당 국장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서명한 이번 부양책에는 재무부 장관이 지원 대가로 주식 연계 증권이나 부채증권, 다양한 옵션으로 미 납세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우리는 공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변경을 위한 개별 협상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세라 넬슨 미 항공승무원연맹 회장은 “재무부 주장은 원래 의도했던 바가 아닌 잘못된 것”이라면서 “항공업계 해고와 항공사의 파산을 부채질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항공사들이 정부 지원을 거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항공사들이 보조금을 받는 대가로 임금삭감이나 해고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보조금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감원을 하는 게 낫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어서다.

한편, 미 항공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글로벌 항공 수요가 급감하면서 비행기 운항을 줄줄이 취소하는 등 ‘9·11’급 패닉에 빠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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