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비밀 침해' 소송 승기 잡은 LG화학, 총공세 나섰다

입력 2020-04-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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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침해' 소송서 조기패소 관련 증거 채택…SK이노, 합의 서두를까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의 국제 배터리 소송에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선택지가 많지 않은 SK이노베이션은 점점 더 불리한 위치로 몰리는 모양새다.

12일 배터리 업계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ITC에서 SK이노베이션과 벌이고 있는 두 건의 배터리 관련 '특허침해' 소송에서 앞선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조기패소(Default Judgment) 판결과 관련된 증거들을 채택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두 재판부는 모두 LG화학의 요구를 인용해 SK이노베이션에 관련 증거를 제출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LG화학이 요구한 문서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의 조기패소 결정과 관련해 제출된 모든 요청, 증거 및 기타 문서의 수정되지 않은 사본과 이에 따른 응답, 명령 및 기타 추가 브리핑과 증거 등이다.

또, 작년 2월 1일 이후 LG화학이 언급한 75개의 스프레드시트를 포함해 SK이노베이션이 이름을 바꾸거나 삭제ㆍ파기한 문서, 그리고 LG나 LG화학과 관련된 파기ㆍ삭제하거나 이름을 바꾼 모든 문서 등도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파기된 문서는 LG화학이라는 소송 당사자와 리튬이온 배터리라는 제품과 연관이 있는 만큼 이번 조사와도 광범위하게 연관이 있다"며 LG화학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LG화학이 요청한 문건들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기술을 침해했는지와, SK이노베이션이 언제 소송과 관련된 특허에 대해 인식을 했는지, 그리고 이번 소송의 완전무결함과도 연관돼 있다"며 SK이노베이션에 비밀유지 대상이 아닌 관련 증거들을 모두 제출토록 명령했다.

현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ITC에서 총 3건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건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침해' 소송, 그리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 건 '특허침해' 소송 등이다.

이중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는 최근 재판부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LG화학이 일차적으로 승기를 잡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총공세에 SK이노베이션이 합의를 서두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합의 이전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는 경향이 있다"며 "LG화학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절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조기패소 결정 이후 “그간 견지해 온 것처럼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합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다만, 이미 승기를 잡은 LG화학이 이 제안을 어느 수준에서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배상액이 수조 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업황이 안 좋은 가운데 SK이노베이션에는 '설상가상'이 될 우려가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진정한 사과와 함께 배상액 등이 적절한지를 따져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합의 관련해서는 따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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