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전 국민 확대 논의에 더해 '지급액 인상' 주장도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나라 살림에 대한 고민 없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나서 재정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가 700조 원에 육박하든, 부채가 1700조 원을 넘었든 표를 의식해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 등을 놓고 각 당의 무리수가 이어지고 있다.
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19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699조 원, 국가부채는 1743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47조2000억 원, 60조2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미래 부채를 추정할 때 활용하는 물가·임금 상승률 전망치 하향 조정으로 연금충당부채 증가폭이 둔화한 것을 빼면, 전반적인 재무상황은 악화했다. 경기 둔화로 세입여건이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무리하게 재정지출을 확대한 결과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또다시 포퓰리즘성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재난지원금이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 40만~100만 원을 지급하고 소요재원 9조1000억 원을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각 당에서 앞다퉈 ‘지급대상 전 국민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에선 1인당 지급액을 50만 원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급대상 확대는 나날이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는 여야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히며 지급대상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급대상만 늘리면 정부 계산보다 4조 원, 지급액도 인상하면 16조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추가 재원은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조달이 불가한 만큼, 적자국채 발행으로 마련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나랏빚은 또 늘어난다. 이미 1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를 넘어서 41.2%를 기록하게 됐다.
반대로 ‘유권자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은 나오지 않는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종교시설 폐쇄와 유흥업소 영업중단이 대표적인 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행태에 같은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에서 재난지원금 확대를 주장한, 같은 당 황교안 대표에 대해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