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다] '온라인 강의 또 연장' 코로나19로 변화된 대학생 일상은?…"'5평 세상'이 나만의 작은 캠퍼스"

입력 2020-04-0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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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개강'은 대학 캠퍼스를 대학생들의 작은 방으로 옮겨오게 했다. 100명은 족히 들어갈 큰 강의실에서 교수와 교감하고 친구의 옆자리에 앉아 강의를 듣는 대신, 5평이 채 안 되는 작은 방에 홀로 교수의 얼굴 대신 목소리만 듣는 것으로 바뀌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강의의 변화는 단지 강의를 듣는 방식만 바꿨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생활 반경이 드넓은 캠퍼스에서 작은 방으로 변화한 것은 일상 자체를 헝클어 버렸다. 지금 이 시각 대학생들은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자취방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필기하고 있다. 교수의 모습 대신 수업 자료만 띄워져 있고 목소리만 나오고 있다. (이해람 인턴기자 haerami0526@)

◇학식 대신 간장에 소면…문제는 생활비

K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21) 씨는 학교 근방에서 자취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없는 정상적인 일상이었다면 학교 갈 채비를 했을 시간인 오전 8시 30분, A 씨는 이미 기상해있다. 출석 확인을 위해 과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제를 하던 중 A 씨는 냉동고에 얼려 놓은 쌀밥을 전자레인지에서 해동한 뒤, 어제 먹다 남은 김치찌개를 간단한 반찬과 함께 꺼내 먹었다. 평소엔 아침 식사를 거르고 잠을 자지만, 허리 통증으로 약을 먹기 시작한 A 씨는 약을 먹기 위해 반드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서 다시 책상에 앉아 과제를 마무리한 뒤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강의는 손짓하고 질문을 하는 교수의 모습 대신에 수업 자료와 함께 목소리만 들린다. 그것도 2배속.

두 번째 강의는 필기하기 위해 1배속으로 들었다. 수업자료를 꼼꼼히 준비하는 교수의 강의는 중요한 내용만 손으로 필기하지만, 그렇지 않은 강의는 노트북으로 강의 내용 전부를 속기한다.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일시중지를 하기도 했다.

K 대학교 온라인 강의는 실시간 화상 강의가 아니므로, 강의가 올라온 주에만 강의를 모두 시청하면 된다. 그래서 몇몇 학생들은 늦잠을 즐기다가 저녁에야 강의를 시청하거나 마감을 앞둔 주말 '몰아 듣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A 씨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대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아끼고 간편한 식사를 위해 간장과 소면으로만 식사를 하고 있다. 한 입 먹고는 "짜다"라고 평했다. (이해람 인턴기자 haerami0526@)

정오에는 점심을 위해 소면을 삶고 간장, 설탕, 참기름으로만 소스를 만들어 '간장 비빔국수'를 먹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는 2000원가량의 저렴한 비용으로 학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학교가 폐쇄돼 모든 식사를 집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식당에서 사 먹거나, 배달해 먹는 것은 생활비가 빠듯한 A 씨에게 부담이 컸다.

"나 같은 자취생에게 저렴하면서도 조리해 먹기 간편한 요리는 소면이에요. 고기 요리는 아주 가끔 밥상에 오르죠."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뒤 A 씨의 밥상은 이전보다 부실해졌다. 불균형한 영양 섭취가 걱정될 정도였다.

식사를 마친 A 씨는 다시 책상에 앉아 과제를 했다. 일기와 가계부도 챙겨 쓴다.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지출한 돈은 약 25만 원. 월세 15만 원에 생활비와 식료품 구매에 약 5만 원, 교통비 2만 원 등이 포함됐다.

"한 달 용돈이 40만~50만 원이라서 최대한 아껴 쓰고 있어요. 밖에 나가면 다 돈이니, 외출과 외식도 자제하는 중이죠. 코로나19 사태로 차라리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용돈은 아끼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려고도 생각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아르바이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학교에 근무하면서 장학금을 받는 국가 근로장학생에도 신청했지만 1학기 전체가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고 캠퍼스 폐쇄가 연장되면서 이마저도 물 건너갔다. A 씨가 스스로 용돈을 벌어들일 수 없게 돼 현재 A 씨의 가장 큰 과제가 '생활비 부족'이 됐다.

A 씨는 코로나19와 온라인 강의 때문에 바뀐 일상에 적응하고 있었지만, 밖에 나가지 못하게 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가끔 마스크를 쓰고 산책하러 나가지만, 일상 자체가 햇볕과 멀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A 씨는 오프라인 개강을 한다면 무엇이 가장 기대되냐는 질문에 "지금껏 만나지 않았던 친구들과 만나고, 예쁜 캠퍼스를 거닐고 싶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캠퍼스 폐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합주 및 공연이 불가능해지자 연습실에서 공연을 시청하고 혼자 연습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이해람 인턴기자 haerami0526@)

◇합주·레슨 해야 하지만 다 취소돼…예체능 전공생, '온라인 강의'에 한계

B 대학교에 재학 중인 실용음악과 기타전공 C(24) 씨는 올해 입학한 신입생이다. 무대에서 동기들과 합을 맞추며 공연하는 것을 기대했지만, 오프라인 개강이 추가 연기되면서 합주가 모두 취소됐다. 따라서 작은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레슨을 받고 있다.

C 씨는 오전 11시에 기상하자마자 화상 강의 앱 줌(ZOOM)에 접속했다. 실시간 화상 강의가 있기 때문. 실시간으로 교수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음향이 중요한 전공임에도 소음이 섞이고, 소리가 즉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생긴다.

"전공 특성상 실기가 필요한 전공이고, 많은 사람과 만나서 합주하고 배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대면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텐데, 교수님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느껴졌죠. 원하는 대학과 전공 수업을 처음 듣는 것이 보니 아쉽지만 만족하고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화상 강의를 들으며 기타 연주를 하고 있다. (이해람 인턴기자 haerami0526@)

C 씨는 학교 근처 연습실을 대여해 생활하고 있다. 기타 연습을 하기 위한 공간이지만, 공용 샤워실, 간이침대, 냉장고 등이 갖춰져 있으므로 생활하는 데 무리는 없다.

C 씨는 학교에 다니기 위해 근처 연습실을 빌렸지만, 온라인 개강으로 대체되면서 연습실 대여가 큰 의미가 없게 됐다고 한탄했다. 월 임대료는 60만 원. C 씨는 "한 달에 60만 원이 날아가는 것 같아 너무 아까워요"라며 "이미 쓴 돈이기 때문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죠"라고 말했다.

강의가 끝난 오후 1시, 점심을 위해 연습실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다. 3일 동안 매일 이곳에 왔다며 자주 찾는 맛집이라고 소개했다. 파스타를 판매하는 양식집으로, 7000원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C 씨는 연습실 안에서는 취사할 수 없어 매일 밖에서 사 먹느라 식비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치고 연습실에 돌아갈 때, 마침 택배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우유 400㎖ 24개. 그는 식비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리얼로 점심을 대체할 생각이다. 연습실 대여료는 물론이고 기타 연주를 위한 장비값, 유지비 등 지출해야 할 돈이 매우 많으므로, 이 외에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식비를 아끼겠다는 것.

C 씨는 여느 신입생들과 마찬가지로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온라인 강의 대체로 실망도 큰 듯했다. 무엇보다 합주와 공연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제약이었다.

매년 5월 정기 공연이 예정돼 있으나 지금 공연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다. 5월에 공연을 열기 위해서는 벌써 오디션을 열어 구성원을 뽑고, 곡을 선정하고, 연주해야 하지만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

"대면 수업이 없고 전공 활동에 많은 제약이 생겨 등록금을 환불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C 씨는 그래도 온라인 강의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거나, 몇몇 교수의 노력으로 오프라인 합주 및 실기 수업을 진행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밴드 구성원들이 각각 자신의 파트를 촬영한 뒤 영상 편집을 통해 하나의 음악을 완성한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합주를 하고 있는 예술대학생들. 예정된 합주들은 오프라인 개강이 연기돼 취소됐다. (독자 제공)

또한,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몇몇 교수들은 캠퍼스가 아닌 외부 합주실을 대여해 실기 수업이나 합주를 진행할 때도 있다. 합주할 때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은 오지 않아도 된다.

C 씨는 "온종일 연습실만 있다 보니 살도 많이 찌지만, 할 게 없어서 연습만 하고, 가끔 동기들이 찾아와 같이 공부하고 있어서 실력은 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

◇평소라면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겠지만…졸업 프로젝트도 온라인으로

E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컴퓨터공학과 D(22·여) 씨. 전공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졸업 프로젝트가 필수지만, 학교가 폐쇄된 터라 프로젝트 회의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끔 교수 연구실을 찾아가 졸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조언을 받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팀원들과 매일같이 만나기도 쉽지 않다.

편도 4시간가량 걸리는 지방에서 상경해 지역 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D 씨는 오전 7시 30분에 눈을 뜬다. 아침 식사는 거를 때도 잦지만, 학사 식당에서 먹기도 한다. 비용은 기숙사비에 포함돼 있으므로 부담이 크진 않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D 씨는 최근에 합격한 대외활동 과제를 수행했다. 매니저로 선정된 D 씨는 팀원들을 선정하기 위해 30개가 넘는 양의 지원서를 검토해야 했다.

대외활동 오프라인 모임도 모두 취소되거나, 필요한 회의는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ZOOM도 지금은 익숙해졌다.

D 씨는 졸업 프로젝트와 강의 수강, 과제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도 "취업을 위해선 대외활동도 필수같이 느껴져요"라며 바쁜 일상을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심도 학사 식당에서 해결한 D 씨는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으로 나섰다. 좁은 방에 온종일 있기도 답답하고, 졸업 프로젝트를 위해 학교도 자주 가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사둬야 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캠퍼스 내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했지만, 현재는 학교도 폐쇄됐고 헬스장도 다니기 불안해 활동량이 줄었다. 그러다 보니 살이 많이 쪘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신 새로운 취미를 만들었다. 넷플릭스를 통한 영화 감상과 주식 공부다. 지인들과 함께 넷플릭스 정기결제를 하고 심심할 때마다 시청하기도 하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주식 공부도 한다. 평소에 경제 분야에도 관심을 가진 터라,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지금을 '기회'로 삼겠다는 것. 그러나 어디까지나 공부를 위한 투자지, 큰돈을 수확하기 위함은 아니라고 전했다. 따라서 남는 용돈을 이용해 소액, 분할 투자를 하고 있다. 공시와 경제 관련 기사도 틈틈이 챙겨 읽고 있다.

외출 시간이 줄고 개강이 늦춰지면서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도 하려 했지만, 막상 개강하고 나니 전공 공부와 과제, 졸업 프로젝트가 너무 빠듯해 미뤄뒀다.

D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되고 오프라인 개강이 이뤄지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개강 파티'라고 말했다. "이번 학기에는 개강했음에도 학교 친구들과 만나지 못했지만, 정상적인 개강이 이뤄지면 평상시와 같이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하고 노는 시간이 가장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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