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기지개' 켰는데... 코로나發 부산 집값 '뚝뚝'

입력 2020-04-0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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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규제 완화로 아파트값 반짝 상승…최근 감염 확산에 외지인 발길 줄어

정부의 부동산 규제 해제로 2년여 만에 가격 반등세를 보였던 부산 아파트 매매시장이 또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외지인들의 발길이 줄줄이 이어질 만큼 뜨거웠던 투자 열기는 세 달을 넘기지 못한 채 가라앉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값은 2월 마지막주부터 2주 연속 보합(0%)을 기록한 뒤 이후 3주 내내 하락 중이다. 지난주 하락폭은 -0.04%였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부산 ‘해수동’(해운대ㆍ수영ㆍ동래구)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기 직전 하락률과 같은 수치다.

부산 아파트값은 2017년 9월 하락세에 들어선 뒤 2년 넘게 미끄러졌다. 그러나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던 해운대구 등 3곳을 해제하면서 집값이 반등했고, 이후 과열로 불릴 만큼 아파트 매매시장이 들썩였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해운대구 우동 더샵센텀파크1차 전용면적 84㎡형은 올해 1월 최고 7억5000만 원에 팔렸으나 지난달에는 실거래 가격이 6억7500만 원으로 떨어졌다. 연제구 연산동 반도보라아파트에선 지난달 3억2000만 원에 거래된 전용 80㎡형이 이달 말께 3억 원으로 내려갔다.

부산 아파트값 하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집값 상승세가 보합으로 전환한 시점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에서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오던 때와 일치한다.

부산 집값이 이처럼 빠진 데는 외지인 투기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부산 밖 외지인들의 부산 아파트 거래량은 857건에 불과했지만 규제 완화 이후인 12월엔 1443건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올 들어선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 건수가 1월 993건, 2월 707건으로 줄었다.

부산 내 아파트 거래 중 외지인 매입 비중은 지난해 11월 16.5%에서 12월 19.2%로 높아진 뒤 올 들어 18.6%, 14.9%로 잇따라 낮아졌다. 해운대구 우동 W공인 관계자는 “규제 해제 당시에는 무리를 지어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온 외지 투자자들이 아파트 매입에 적극 나섰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외지인 투자 수요가 크게 줄면서 집값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주택시장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KB부동산의 이달 부산의 주택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기준점인 100보다 아래인 93을 기록하며 16개 지역 중 대구ㆍ광주와 함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작년 11월 112까지 올랐던 부산의 이 지수가 규제 해제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집값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올해 부산지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도 지난 3년간 평균치(2만3875가구)보다 많은 2만5157가구에 달한다.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예년보다 많은 입주 물량이 쏟아져 집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얼어붙을 경우 공급량이 많은 지방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 압력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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