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 바이백에 돈 퍼붓더니…결국 정부에 손 벌려

입력 2020-03-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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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대신 주가 방어에만 열 올려…자사주 매입 반발 심화

▲한 남성이 자전거를 탄 채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자사주 매입(바이백)에 힘을 쏟던 미국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가 닥치자 연방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대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법인세 감세로 지난 2년간 이익 규모를 증대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설비투자나 부채 상환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돈을 투입하면서 주가를 방어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다가 이번 코로나19에 타격을 입게 되자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에 기대려 한다.

예를 들어 보잉은 737맥스 사태로 지난해 4월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 전까지 2년 동안 자사주 매입에 117억 달러를 썼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작년 한 해 자사주 매입에 20억 달러를 투입했으며, 아메리칸항공 역시 지난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11억 달러를 들였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이동 제한으로 여행객들의 발이 묶이자 항공 산업은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고, 항공업계는 정부에 50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요청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 힐튼은 이달 초에도 2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다 며칠 후 수익 전망을 철회했다. 현재 호텔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에 따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15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 지원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자사주 매입에 대한 반발을 심화시키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태미 볼드윈 위스콘신주 상원의원은 이메일을 통해 CNN에 “2017년 세제 개편으로 혜택을 누린 기업들이 회사나 직원에게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대신, 자사주 매입에 수십억 달러를 들인 데 대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일 그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했다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부 지원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에 대해 자사주 매입을 제한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20일 이와 관련해 “자사주 매입을 제한해도 괜찮다”며 “나는 그들이 수억 달러를 가지고 자기 주식을 다시 사는 걸 원치 않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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